brunch

매거진 감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빗소리 Jan 05. 2023

[감사일기] 1월 5일

1. 감사일기를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가 메말라버린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들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감사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감사일기를 다시 시도해본다. 글을 쓰며 감사의 방향이 결정되겠지. 글을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지금, 글을 무작정 시작하도록 마음 주시는  감사.


2.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심장에 가시가 박힌듯 따끔거린다.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큰 아픔이 되어 마음을 찌른다.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눈을 감으면 엄마 옆이면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나만 바라보는 어린 딸을 위해 나는 어떻게든 이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엄마 또한 아빠를 잃을 때 똑같은 마음이었겠지. 20년 전의 엄마의 마음을 돌아본다. 이렇게 나처럼 똑같이 아팠을 나의 엄마 생각에 더 아프다. 어린 나를 위해 그 아픔을 이겨낸 엄마가 대단하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야 엄마가 겪어 온 아픈 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엄마가 가진 사랑의 깊이에 무지한 사람이었구나.


나는 매일 스스로를 혐오하고, 더 주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며, 혹여라도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엄마가 돌아가신 건 아닐까 후회를 한다. 내 안의 모든 화살이 내 자신을 향해있다. 이 또한 내가 겪어내야 할 감정의 과정 중 하나이겠지. 오래 가지 않을 감정이라 믿고 내 잘못이 아니라 다시금 나에게 말해줘본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리석은 나는 모든게 그저 내 잘못인 것만 같다.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엄마는 하나님과 아빠를 만나서 행복할 것이다. 돌아가신 엄마보다 살아가는 내가 더 불쌍한 이유이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 시야를 가려 글을 쓸 수 없다. 모두가 잠든 밤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오래도록 슬퍼하다 잠드는 며칠이었다. 오늘도 엄마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내일이 너무나 두렵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면 된다 생각할 수 있어 감사. 내게 신앙을 전해준 나의 엄마에게 감사. 천국 가면 만날 수 있다는 소망 하나만이 지금의 위태로운 나를 버티게 한다.


3. 많은 친구들이 엄마가 가는 길을 지켜주었다. 저녁에 돌아가셔서 둘째 날 하루 밖에 못 오는 장례식에, 평일 장례식이라 내게 오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너무나 힘들게 왔다. 그들 하나 하나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더 감사하다. (이 글을 읽고 오지 못한 친구들이 무거운 마음을 가질까 걱정된다. 오든 안오든 나를 생각해주는 모든 위로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엄마의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아 감사하다.


4. 열일 제쳐두고 엄마에게 매달린지 17일째. 상까지 치르고 오니 기진맥진하다. 그런데 이제 호두가 아프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 그동안 호두를 시댁에 맡기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 시간이었다. 엄마 손길이 못 닿으니 아이가 마음이 힘들어서 아픈 걸까. 밤새 중간씩 일어나며 호두 열체크를 해주느라 힘든 밤이 될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일 수 있는 고마운 밤임을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일기] 1월 2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