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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Aug 05. 2023

교사가 어떤 존재냐 물으신다면


혹시 ‘터’라는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사실 옛날 노래 같아서 잘 안들었는데, 작년에 재주소년이 부른 ‘터’를 직접 재주소년의 목소리로 공연에서 듣고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목소리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가슴에 콕 박혔어요.







저 산맥은 말도 없이 오천 년을 살았네


모진 바람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 왔네


저 강물은 말도 없이 오천 년을 흘렀네


온갖 슬픔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 왔네


자유와 평화는 우리 모두의 손으로


역사의 숨소리 그날은 오리라


그날이 오면은 모두 기뻐하리라


우리의 숨소리로 이 터를 지켜나가자




오늘 교사 집회를 유튜브 생중계로 함께 하며 대체 교사란 무슨 존재일까란 근본적인 물음을 마음 속에 내내 했습니다. 하루종일 생각하다가 재주소년의 터 음악을 들으며 깨달음을 얻었어요. 교사는 터를 지키는 존재라는 것을요. 한 나라가 올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국민들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주춧돌 역할을 한다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은 민족이기에 교육이 한 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교육이 판을 친들 공교육이 무너진다면 얼마나 처참한 미래가 예상되는지 이 또한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사회는 학교입니다. 그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집단 안에서 갖추어야 할 여러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그 첫 사회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를 바르게 조성하는 역할을 바로 선생님께서 해주시고 계십니다.




이 터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제껏 일했고, 앞으로도 내 아이와 제자들, 그 후손들까지 살아갈 터를 위해 고민하며 일할 것입니다. 교사 집회는 그 터를 지켜나가기 위한 선생님들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우스갯 소리로 가슴에 사표 한 장 품고서 일한다는 말을 한 적 있어요. 정말 운이 좋아서 이제까지 교사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운이 안좋으면 저 또한 교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겠지요. 사표 한 장 가슴에 품고 허락하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이 터를 지켜나가려 합니다.




한동안 한 줄도 글을 써내려 갈 수 없는 슬픈 침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기장 조차 써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쇠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집회를 보며 다시금 글을 쓰고, 생각을 해야 할 힘을 얻었습니다.




슬픈 여름입니다. 그래도 우리 온갖 슬픔 속에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요. 성심껏 수업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며 꿋꿋하게 이 시간을 버텨나가요. 죽지 말고, 우울증에 지지 말아요. 제발 그저 하루 하루만 버텨주세요.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꼭 잊지 말아주세요. 오랫동안 혼자인 거 같던, 매일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고 싶던 사람으로서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누군가가 있을까 전하는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교사를 우습게 생각하는 시대라해도 이번 집회를 통해 제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집단의 사람인지에 대해서 깨달았어요. 저는 선생님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의 집회가 우리 스스로의 월급을 올리기 위해, 나 하나를 위한 이익을 위해 하는 집회가 아니란 것이 자랑스럽고, 신규 선생님을 위해 몇 만이 우르르 거리로 나오는 용기를 가진 집단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 어떤 정치 세력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그 의지가 자랑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갑시다.




돌아가는 사태를 보며 최대 빌런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 밤이지만...... 이 분노에 지지 말고, 품위 있게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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