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녁에 먹은 디카페인 커피는
아무래도 카페인 커피였던 게 틀림 없다.
저녁에 카페에 가서
디카페인 커피를 시킬 때마다
묘하게 긴장되는,
꼭 내 잠을 건 도박 같은 마음이 들던 건 왜일까.
직원이 무심코 한 실수에
밤새 잠을 못 잘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커피가 고파 그 도박에 뛰어든다.
오늘은 아무래도 사기 당한 게 틀림 없다.
이렇게 잠이 안올 순 없는 거다.
#2
의도적으로 교사커뮤니티에 들어가기를 자제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살 뉴스가 나와도 링크를 타고 들어가 자세히 보지 않는다.
9월 4일이 끝나고 시작된 우울감과 무력감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서 나는 조심조심 이 시간들을 깨끔발로 걷고 있다.
그러나
조심스런 마음과 달리
9/5부터 시작된 교권 보호 피켓 시위에는
매일 개근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별이 된 동료들을 위해
내가 몸부림이라도 치는 거 같아서.
그래야만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거 같아서.
무릎이 아프고,
내 생활이 좀 더 여유가 없어졌을지라도
그렇게라도 그들에게
목숨빚을 갚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냥 피켓을 들고 서 본다.
때론 혼자 서있을 때도 있는데,
부끄러움과 딱 맞 먹는 크기로
묘한 자부심이 마음에서 차오른다.
나는 이 나라의 공교육 회복을 위해
작은 벽돌이 되는 중.
그 사실이 이 우기 같은 시기를 지나게 한다.
슬퍼하자.
하지만 동시에, 행동하자.
#3
하나님께 자주 살려달라 기도한다.
늘 죽을 거 같이 절박한 마음이라.
너무 많은 것들이 내게는 스트레스라서.
그렇게 틈날 때마다 기도하다보면
어느새 하루를 꽉 채워 산 내가 보인다.
내가 가진 게 없고,
마음과 능력이 너무 가난한 자라 다행이다.
모든 걸 가진 그분께 모든 힘을 빼고 의지하니.
그리스도인의 최고 미덕은
‘없음’과 ’없음에 대한 인정‘이다.
난 그 두 개의 미덕을
요즘따라 참 잘 발휘하는 것 같다.
#4
글을 쓰는 내내 슬프고 자꾸만 눈물이 난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 이후로
확실히 마음의 어딘가가
완벽한 고장을 일으킨 듯 하다.
나는 너다. 그리고 너는 나다.
누군가의 아픔에 너무 공감을 해서
살아가는 게 피곤하다 하더라도
나는 피곤한 삶이 좋다.
적어도 내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증거이니까.
#5
어떻게 하면 브런치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대중이 원하는 글감을 쓰는 것이란 사실도 안다. 알면서도 쓰지 않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가슴을 친, 본질에 닿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고, 그것이 때론 재미 없을지라도 진심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단순한 수 늘리기가 내게 기쁨이 되지 않는 이유이다.
삶은 끊임 없는 고난의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이고, 나는 그 바다에서 끌어올린 경험들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 함께 교감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내 가슴 속의
이야기들을 펼쳐나갈 뿐이다.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조회수보다, 구독자수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 이야기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인지라고. 이 새벽, 나의 글쓰기 본질을 다시 살피는 시간을 가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