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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an 21. 2024

개천의 용답게

교사의 호봉은 3월에 오릅니다. 오르기 전에 미리 한 일은 매월 자동 이체로 나가는 후원금 늘리기였습니다. 어느 교감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월급이 한 호봉씩 올라갈 때마다 후원금을 점점 늘렸다는 글을 읽고, 감명받아 따라 해봤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지라 유독 저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마음에 쓰였습니다. 지난 1월 엄마 부의금을 정리하며 가장 먼저 그중 일부를 자립준비청년 후원 재단에 보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주신 돈이었고, 저처럼 부모를 잃은 이들을 위한 돈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 수중에 많을수록 좋은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량 이상의 돈이 생길 때 어김없이 생계조차 불투명한 이들의 삶이 눈에 밟힙니다.


‘개천의 용을 만든 사람들‘


오늘 본 ’웰컴 투 삼달리‘라는 드라마의 오늘자 제목입니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삼달리 출신 유명 사진작가를 고향의 동네 사람들이 감싸주고 보듬는 내용의 드라마입니다. 오늘은 발단-전개-절정 중 매우 극절정으로 치닫는 회차였고, 결국 사진작가를 지키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사생결단으로 기자들과의 전쟁(?)에 뛰어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많은 책들에서 사람의 성공은 실력만으로는 어렵고 수많은 운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합니다. 대한민국(선진국)에서, 대학교까지 갈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집에서(비록 매우 가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갈 수 있으니), 수능과 임용고시를 패스할 수 있도록 받쳐준 교육환경, 내 성격을 점점 둥글게 깎아준 모난 사람들, 모난 사람들에 지쳐 나자빠진 나에게 인간 비타민이 되어준 품성 훌륭한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성공한 인생이냐고요? 아니요.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대출받아 집 사느라 빚에 허덕이지만, 당장 내일 삼시세끼 먹을 걱정은 안 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을 했다 생각하는 사람이요. 재벌은 아니나 내 자식 오늘 먹일 딸기 두 번 정도는 고민하고 살 수는 있는 사람이지요. 비싸고 버거워도 딸기를 살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기쁨인 사람이요.


얼마 전 방송에서 대한민국에 살고, 밥 걱정 안 하며 사는 사람은 세계로 치면 1%로는 되는 사람들이래요. 정확한 수치라 물으신다면 자신이 없지만, 여러 어려운 나라들을 생각해 보면 분명 제가 상위권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란 개천의 용으로서 나를 만든 사람들에게 보답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나와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해 불공평함으로 힘겨운 이들에게 그 기회에 다가가도록 돕고 싶고요. 아직 방법을 많이는 몰라요. 깊이 생각하며 공부해보고 있습니다. 후원이 필요한 곳에 후원을 하고, 나를 스쳐가는 많은 이들 중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꼭 주는 것 정도가 지금 하는 일 같아요.

 

사실 저는 요 며칠 어떤 학교 교직원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이기적이고 남 상처 주길 우습게 아는 그 사람의 행태가 너무 미워서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더군요. 마음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 그분 생각이 날 때마다 계속 의식적으로 기도만 했어요. 그러다 오늘 드라마를 보며 깨달았어요. 결국 그분 또한 나를 개천의 용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분 덕에 저는 더 모서리가 동그랗게 됐거든요. 복수할 생각도 없었지만, 늘 즐겁고 감사하게 사는 제 모습 자체가 그분에게는 눈엣가시이자 복수였구나 싶었어요. 그제야 하나도 밉지 않더군요.


개천의 용답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저는 몸도 부자, 마음도 부자이니까 많이 베풀어야 해요.


그럼 어떻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까 하던 중에 본 글이에요.




제가 살고 싶은 모습인데, 누군가 글로 썼더군요. 얼마나 공감되던지요.


새벽 3시 시골길 신호등.


제 옛 멘토님은 늘 이걸 기억하라 하셨어요. 그곳에서도 차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물론 매우 극단적인 예이지만, 사람의 눈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함을 가지라는 이야기였어요.


아무도 몰라도, 그리고 착하게 사는 게 손해여도 살아볼게요. 그리고 손해도 좀 보겠습니다. 손익 계산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면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서요.


드라마 보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저는 선한 내용으로 이렇게 제 마음 깊은 부위를 마구 헤집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오늘 개천의 용을 만든 사람들 덕분에 저까지 힘을 얻었습니다.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낼 생각이신가요. 가끔은 손익 생각을 미뤄두고, 나사 두 개 정도 풀며 살아가시면 조금은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해요. 저를 살게 한 건 그런 몇몇의 특별한 날들이었다는 걸 고백합니다.


https://youtu.be/SPUJIbXN0WY?si=H17_8eK-PTvsCD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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