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글에서 손을 뗀 지 한 달이 지나간다. 글은 관성으로 쓰는 것이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머리와 손이 흘러가기 시작하고, 한 번 안 쓰기 시작하면 한 글자 쓰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나에게는 그런 글테기가 종종 찾아온다. 소재의 고갈이 아니라 마음의 고갈. 나의 글테기는 주로 마음의 고갈에서부터 시작된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정서는 우울감이지만, 고독도 한몫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특성상 나의 자유 시간이란 언제나 갑작스럽게 생긴다. 몇 주 전, 며칠 전부터 미리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일주일에 며칠 정도 미리 약속을 잡고 나갈 수야 있겠지만, 나의 늦어지는 귀가 시간만큼 딸의 루틴이 엉망이 된다는 것은 자주 스트레스가 된다. 한두 번이야 괜찮지만, 반복되는 건 부담스럽다. 또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주고픈 마음도 크다. 그래서인지 약속을 점점 잡기가 어려워지고, 그리운 이들과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그 시간에 더욱 기도하고, 더욱 아이를 살뜰하게 돌보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가끔씩 몰려드는 이름 없는 외로움을 바라볼 때는 망연자실해진다. 기도가 부족해서일까.
오늘도 그리운 이름들을 생각하다가 연락이라도 한 번 해볼까 휴대폰을 잡았다. 그러다 쏟아지는 일들 속에 연락을 하려던 마음조차 잊고 또 하루가 간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마음에도 바닥이 있다면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거 같은 이 느낌이 대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 나는 지금 바닥을 친 걸까. 아직도 바닥은 먼 걸까.
끝없이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나를 붙들어주고 있는 밴드 멤버들을 생각한다. 그들에게 내 상태에 대해 아무 말도 털어놓지 않았으나 일주일에 한 번씩 똑같은 자리, 똑같은 시간에 나타나고 버텨주는 그들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든든하다. 무엇도 정상적이지 않은 요즘의 내 마음이 그들과 함께 있으면 그나마 정상적인 것만 같아 안도한다.
나는 왜 이 괴로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을까. 괴로우나 기쁘나 글 앞에서는 늘 솔직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감정의 풍랑 속에서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들이 내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만 같은 이 차가움과 막막함 속에서도 내 마음속 한켠의 따뜻한 조각만큼은 잃지 않길.
그 어떤 순간에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나의 영혼이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