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깊은 이야기를 나눌 마음의 여유는 없어 작은 단상들을 적어 본다.
# 옷에 미친 자
나는 옷에 미친 자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든 순간에 옷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드는 생각은 교사보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것이 적성에 훨씬 맞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들과 생활하며 느끼는 순수함도 좋지만, 내 가슴을 활활 태우는 것들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
나는 브랜드에 딱히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상상 속 이미지를 옷으로 표현해주면 땡큐! 그러나 내 맘 속 상상 이미지를 나도 잘 몰라서….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그래, 이거야!!’라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무수히 옷을 사고, 무수히 옷을 버렸다. 최근엔 환경에게 미안해서 옷 하나를 사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에 고민을 하다 산다. 물론 실패 확률이 더 높다. 대부분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정말 이거다 싶은 옷은 십년이 넘도록 입는다. 되도록 좋은 소재를 정직한 가격으로 파는 옷을 사기 때문에 보통 십년이 가도 짱짱하다. 어찌보면 검소한(?!) 면도 있다. 마음에만 들면 버리지 않고 줄기차게 입으니까. 내 피부색과 이목구비, 체형과 키가 워낙 독특해서 딱 걸맞는 옷을 찾기 어려울뿐.
그래도 옷 입기는 언제나 즐겁다. 매일 새로운 나의 모습으로 출근하는 건 내가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잘 알고, 그 분야를 한껏 연구하며 즐기고 살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다.
# 그녀는 배드걸
나의 상사 중 한 명은(그래봤자 둘 중 하나) 배드걸이다.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나 나와는 이상하게도 찰떡콩떡 같이 케미가 잘 맞는다.
나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최극소화하며 살려는 사람이라 순두부 같은 사람인데, 왜 배드걸과 잘 맞는 것인가. 나 스스로도 의문이 많이 들었다.
최근 깨달은 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맹탕 성격과 그녀의 똑부러짐, 뚜렷한 자기주장이 꽤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애초에 학교 일은 큰 문제 없으면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일하는 스타일이라 별 주장이 없는데, 그녀는 언제나 내가 들고가는 업무에 강한 주장을 내비친다. 처음부터 별 주장이 없던 나는 그녀의 주장이 이기적이거나 아이들에게나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 받아들인다. 그녀는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는데 나와는 항상 순탄하니 나를 좋아하고, 나는 그 주장들에 별 관심이 없기에 그녀와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녀와 내가 서로의 니즈를 잘 채워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무쪼록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은 배드걸의 배드함이 나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길….평범한 k직장인의 평범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