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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n 21. 2024

이 구역 먼치킨

아이 수학 공부를 봐주고 있는데,

카톡이 띠링띠링 울린다.


카톡 14개.

어디선가 단체방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단 의미이다.


아이가 문제를 푸는 동안

잠시 카톡을 여니

밴드 멤버들의 취미 자랑전이 열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캠핑을,

누군가는 게임을,

누군가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부러울만큼

아름다운 풍경 속의 그들이었다.


혼자 조용히 배 아프면 안될 거 같아

있는 감정 그대로,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올렸다.


아이 수학 공부 봐주고 있어요!

배 아플 정도로 부러워요.

저도 아이 다 키우면

미래에 자유롭게 살 거라 생각하니

기분 좋아졌어요.

저도 왕년에 와우 유료 결재하며 했어요.

전 나이트엘프였어요. 아무도 안 물어보셨지만.


저녁 내내 아이만 돌보느라

어른 사람과의 대화가 고팠는지

긴 카톡을 올렸다.




수학 공부 봐주고 있는

나의 뻘사진에

다정한 멤버들이 좋아요를 눌러줬다.


여러 대화가 낄낄대며 오갔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아닌

그냥 부럽고 좋은 마음으로 대화를 끝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멤버 한 명이 긴 카톡을 올렸다.


헌재는 육아로 예쁜 자녀를 키우는 모습이지만…..

저에게는

힘든 공연이 끝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10시에 보컬학원을 가는 샘이

이 구역 먼치킨(게임에서 능력치가 높은 사기캐를 이르는 말) 보이네요.


카톡을 읽다 코끝이 찡해졌다.

하루하루 허덕이는 삶이지만,

최선을 다해 꿈을 위해 발버둥치는 내가

누군가의 눈에는

대단해 보였다는 게 신기하고 위로가 됐다.

몇 주간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혼자 허우적거리던 시간들이

그분의 몇 마디 위로에

따스한 볕을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먼치킨인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나의 ‘쪼’대로 살지 않으면

병이 날 정도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란 거다.

그 마음이 나를 수많은 낯선 길로 인도했고,

여전히 나는 이 미로 속을 여행 중이다.


그래도 당분간는 힘들 때마다 외쳐야겠다.


이 구역의 사기캐는 바로 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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