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의 감사일기
1. 오늘도 호두가 발레 학원 가있는 동안 일부러 걸었다. 걷기 운동을 하면 머리도 몸도 가벼워진다. 내가 팔다리가 자유롭고 걸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글쓰기와 걷기를 적절히 병행하고 싶어 다소 먼 카페까지 걸어갔다.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오늘은 수박주스를 주문했다. 잘 자기 위해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를 자제하고 카페인을 조절하는 나, 참 대견해!
2. 요즘 체중을 3kg정도 감량하고 싶어서 간식 안 먹기, 점심과 저녁 식사량 줄이기, 야채 먹는 양 늘리기, 걷기 운동하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체중 감량은 잘 되지 않으나 몸 컨디션이 조금씩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요즘 세상은 정말 너무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많은 거 같다. 적당한 소식과 금식은 몸에 이롭다. 항상 몸이 보내는 신호에 관심을 가지고,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다. 체중과 건강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유의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적게, 건강히 먹는 내가 되자.
그러나 금요일은 일주일에 딱 하루인 치팅데이라 스스로에게 마라샹궈와 맥주 1캔을 허락해줄까 한다. 신난다!
3. 이상한 말을 들을 때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곧바로 기도한다. 그 순간 만큼은 별 효과가 없어 보여도 지나고나면 사르르 망각으로 말들이 떠난 게 느껴진다. 오늘 나의 과감한 옷차림을(어제 퇴근 후 입은 빨간 티) 보며 어떤 분께서 아무말 대잔치를 했는데, 질투인 걸까, 놀라서 그런 걸까 의문이 들었다. 한 번 두 번 곱씹으며 상처 받지 말고 그 시간에 기도하자. 어느 순간 잊어버릴테니. 갈수록 안 좋아지는 내 기억력에 너무 감사! 노화의 장점도 많다.
4. 출장 때문에 행정실장님과 동승하며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10살일 때는 10살 규모의 걱정, 25살이면 25살 규모의 걱정이 생긴단다. 부모의 삶은 끝없는 맘 고생이라며, 지금 어린 아가 키울 때를 누리라 하셨다.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틀리다. 실장님은 아이가 어릴 때 시간에 쫓기느라 고단했던 걸 잊으신 거 같고, 지금의 걱정이 너무 많아 고단하신 거 같다.
지금은 몸이 고단하지만, 점점 이 고단함이 정신으로 퍼져 나간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루하루 너무 피곤하여 즐거움을 누릴 자신은 없으나, 최대한 지금만 가능한 즐거움들을 한껏 누리려 노력은 해본다. 의미 있는 이야기 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
5. 태산 같이 많던 업무를 다 해결하고 1학기 끝에 당도했다. 할 수 있을까 의문 투성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아무리 절망스러운 하루가 있어도 그 모든 걸 다 해치우고 끝에 결국 다다르는 내가 자랑스럽다. 참 많이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6. 여름의 업무 중 하나는 수박을 사다가 착착착 깍둑썰기를 해서 냉장고에 집어 넣기이다. 저녁 먹고 꺼내 먹으면 그렇게 달콤하고 시원할 수 없다. 사시사철 수박을 살 수 있는 시대이지만, 나는 주로 여름철에 이 즐거움을 만끽한다. 여름의 행복 절반은 수박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벌레, 특히 모기가 극성이고, 여기 저기서 나는 냄새들로 힘든 여름이지만, 그래도 나는 여름만이 누릴 수 있은 많은 것들이 참 좋다. 오늘은 일단 수박! 시간날 때마다 여름이라 감사한 걸 계속 풀어보련다.
7. 여름꽃 글라디올러스를 사랑한다. 전구에 하나씩 불이 켜지듯 아래부터 위로 하나씩 피어나는 꽃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건 마치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나씩 여는 느낌이다. 크고 여리한 꽃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우아한 꽃이 더 있을까 싶다. 내 취향을 잘 알고 여름마다 글라디올러스를 구해주시는 단골 꽃집 사장님께 참 감사하다. 올해도 이 기쁨을 만끽하는 나는 정말 행운아.
8. 인스타는 쓸데 없는 피드가 많이 올라오는 sns이지만, 기독교 말씀 관련 피드만 좋아요 누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 영감을 주는 말씀들 위주로 피드가 가득 찬다. 예전에는 조금만 좋아도 좋아요를 눌렀다면, 요즘은 다음 피드 알고리즘을 생각하며 신중히 누른다. 덕분에 피드 관리가 조금씩 되가는 거 같다. 시대의 물결을 내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