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의 감사일기
1. 토요일 아침은 일주일 중에서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모든 것에 있어 느긋해진다. 급할 것도 없고, 특별한 연락도 없다. 그저 엉금엉금 기어가는 시간 속에서 이 느림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지낸다. 그런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이다. 마음이 촉수를 뻗어 고요한 시간 속에서 하나씩 떠오르는 상념들을 모은다. 생각을 글자로 번역한다. 이 시간, 이 작업이 참 좋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글쓰기의 기쁨을 잘 알고 있어 축복받은 삶이다.
2. 글쓰기를 조금이라도 잘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글쓰기가 조금씩 능숙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쭉 글을 써왔다. 일기장, 편지지, 원고지, 싸이월드, 페이스북, 네이버 카페, 블로그, 브런치에 이르기까지..... 그저 내가 글쓰는 지면만 달라질뿐 나는 언제든 어디에서나 계속 글을 써왔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일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무슨 일이든 일만 시간 이상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다. 11살 때부터 해온 작업으로 치면 일만 시간은 벌써 여러 번 넘긴 것이니 글을 조금이라도 쓸줄 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내게 있는 재능이라면 글쓰기를 좋아하는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게 가장 큰 재능이라 생각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 어떤 조건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쓸 수 있게 만드는 그 마음 자체가 나의 재능이었다.
출판에 대한 질문을 종종 듣지만, 사실 지금 내게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만 요즘따라 점점 마음에 드는 소망은 좋은 편집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책으로 돈 벌 마음이 별로 없는 나처럼 큰 욕심 없는 편집자를 만나 그저 나의 자연스러운 결 그대로의 모습을 잘 편집하여 하나의 물성을 가진 존재로 엮어 줬으면 좋겠다. 출판이란 건 글만 잘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쪽 업계의 전문가의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는 것이니, 함께 즐겁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편집자를 만날 수 있길 꾸준히 소망하고 기도해봐야겠다.
3. 여름 아침에 열심히 청소하고 땀을 흘린 뒤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최고의 영양제 같다. 입으로 들어가는 청량감으로 이미 마음의 행복 지수를 쭈욱 올려주니까. 일한 뒤에 오는 뿌듯함과 만족감을 사랑한다. 가만히 누워 있는 편안함도 좋은 것이지만, 대부분의 행복감은 어느 정도의 노동 후에 오는 것 같다. 학교에 오자마자 라디오를 들으며 일주일 동안 미뤄두었던 과학실 대청소를 하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청소 후의 아아. 나의 리추얼이다. 작은 리추얼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리추얼이 무궁무진하니.
4. 토요일 리추얼 중 하나를 또 풀어보자면 동네 인기 빵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이다. 7시부터 시작하는 빵집이라 8시 정도에 가면 이미 북적북적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진다. 바질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기본 주문으로 시작하여 매주 한 가지의 다른 빵을 섞어 본다. 이번 주는 유자 마들렌.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새로운 메뉴를 발견한다. 자두에이드라니.....! 달콤하고 상큼하다는 작은 문장에 홀린 듯 주문한다. “자... 자두 에이드도 하나요.”
입에 넣는 순간 달콤과 상큼이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앞다투어 입 속을 채운다. 이렇게 맛있는 신문물이 있다니. 귀엽게 냅킨으로 포장하여 옆에 붙여둔 것이 빨대인줄 알았더니 나무 포크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며 자두 에이드를 들이키는데, 끝물이 되자 숨겨두었던 자두들이 보인다. 아.... 아래를 자꾸 자꾸 저어서 진하게 먹으란 의미이구나? 다정한 마음에 고마워하며 포크로 바닥부터 싹싹 젓는다. 달콤과 상큼이 다시 한 번 격돌한다. 포크 덕분에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자두에이드 하나로 아침이 이렇게까지 행복해질 일인가. 진심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