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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Apr 24. 2019

시간이 멸종되어 버렸다

시간이 멸종되어 버렸다.


이 표현은 미셸 오바마의 책인 '비커밍'에서 보았던 표현인데, 요즘의 내 상태를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해주는 느낌이라 내가 자주 인용한다.


정말 시간이 멸종되어 버렸다. 아기가 태어난 시점을 기준 삼아 전과 후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루에 끝내야 할 많은 일들을 겨우 끝내고 나면 어느덧 밤이 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그제야 자유시간을 조금 가지다 보면 12시이다. 자야 할 마지노선인 것이다. 아니, 12시에는 자야 하는데, 자꾸만 점점 늦어져서 다음 날 후회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주어진 시간을 밀도 있게 써야만 했다.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일들을 짧은 시간에 집중력 있게 끝내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완벽주의에 꼼꼼한 성격이라 안 그래도 느려 터진 일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해내려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서당개 삼월이면 풍월을 읊는다던가. 아기 키운 지 1년이 되니 비교적 1년 전보다는 속도가 꽤 빨라졌다. 일을 쉽게 하는 잔머리도 좀 늘었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할 정도로 좋아진 건 아니지만, 예전과 비교할 때는 그렇다.


오늘은 좀 밀린 일들이 있어서 처리하다 보니 11시가 되어서야 모든 일이 끝이 났다. 너무 지쳐서 그냥 자고 싶단 마음도 있지만, 단 한 줄이라도 적고 싶어 이렇게 노트북을 켰다.


1년 동안 100편이 넘는 글을 썼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없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다 보니 항상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던 것 같다.


시간이 멸종돼버린 시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오늘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 1년, 5년, 10년 후의 모습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매일 10분이라도 나의 성장을 위해 쓰는 시간들이 모이다 보면 그 시간들은 좋은 성장으로 내게 보답해줄 것이라 믿는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설사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을 해온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내게는 정말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지난 1년을 돌아보는 내 마음이 그렇다. 이런 기분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하루에 온전히 내 자신에게 쏟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1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성장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그 작은 시도들이 모이고 모여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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