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소나무는 타감 물질이라는 특별한 화학 물질을 내뿜으며 다른 식물이 주변에서 크는 것을 막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는 순간 꼭 소나무가 나와 같단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그 이후에도 쭈욱 내 머릿속 한 켠을 차지하며, 때때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자를 바라볼 때의 내 질투심, 비슷한 영역에서 더 잘 나가는 이를 바라볼 때의 시기심이 마치 타감 물질처럼 내 주변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추한 모습이 드러날까 차마 밖으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맹렬히 타올랐던 감정은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표출되어 타인에게 촉수를 뻗어 생채기를 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내 자신에게는 그 촉수가 생채기를 넘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 안에서 나를 이루는 것들의 모습이 너무나 추해서 밤마다 괴로워하는 순간이 많았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생각이 더욱 많아지는 밤이 두려워지곤 했다. 소나무, 소나무, 나는 소나무다! 나에게, 남에게 뿜은 타감 물질을 되뇌며, 변치 않는 자신을 힘겨워했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나와 다른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였다. 다양한 나무가 모여 있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숲처럼 나의 인간관계에도 다양한 사람이 있어야 건강한 정서의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나는 다소 편향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의견, 다른 모습을 품은 이를 넓게 수용하지 못하는 내 모습으로 인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따라 이런 생각을 깊이 하게 된 이유는 육아 때문이다. 소중한 내 아이가 나와는 비교되지 않는 멋진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을 품다 보니 자연스레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자꾸만 사색하게 된다. 돌아보니 후회가 켜켜이 쌓여 있어 아쉽기만 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소나무보다는 만수산 드렁칡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한가. 이리저리 얽혀서 자라나는 드렁칡처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인연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간절하게. 내 안의 옹졸함이 드렁칡의 꿈을 꾸준히 방해할테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자꾸만 꿈을 꾸게 할 것을 믿는다.
예수님처럼 낮은 마음을 품고 싶다. 자꾸만 낮은 마음으로 돌아가서 지금 내가 가진 이기심, 교만함, 거짓됨을 인정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지를 직시하며, 모든 이가 나보다 낫다는 준엄한 진리를 온몸 가득 받아들이고 싶다.
오늘 밤은 딸이 진심으로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밤이다. 내가 괴로워하며 반성하는 이 밤의 시간이 딸의 땅에 거름이 되어 뿌려지길 바란다.
사진 출처 https://m.cafe.naver.com/wildfiower/79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