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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 Oct 18. 2020

[이슬책방] 달러구트 꿈 백화점

꿈 두 스푼, 환상 두 스푼 그리고 현실 세 스푼

올 해 밀리의서재 를 통해서 완독한 첫번째 책. 너무 맘에 들었던 인용문 기능

근래에 워낙 유명한 책이고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한 책. 총평은 꿈 두 스푼, 환상 두 스푼 그리고 현실 세 스푼. 몇 스푼씩 할까 조금 고민했는데 그래도 꿈과 환상을 더 하면 현실보다 한 스푼 많다는 점. 아래 내용은 당연히 스포 포함. 



나는 왜 이런 안 좋은 꿈만 꾸지? 혹은 나도 저런 꿈 꿔보고 싶어. 막연히 상상만 했던 일. 프로이트의 말처럼 무의식의 반영,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라고 굳게 믿어왔던 꿈이 사실은 내가 매일 밤마다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이었다면? 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책. 


비문학이 아닌 소설, 그것도 이처럼 판타지 요소들이 가미된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작가들의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꿈에 그리던 직장인 꿈 백화점에 취직하게 되는 주인공 페니와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세 제자 이야기, 독특한 등장인물과 배경들은 작가의 이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미권의 판타지 작품들을 떠올리게했다.


그러던 중 꿈을 꾸는 당사자들, 현실의 이야기로 들어왔을 때 너무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름과 상황 그리고 한국적인 에피소드에 좋게말하면 현실감이 상승했고 솔직히 말하면 순간적으로 몰입도가 뚝 떨어진 것도 사실. 아니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 갑자기 시험과 군대라니, 이럴 순 없어! 


사실 돌이켜보면 첫 장면부터 무진장 현실적이기는 했다. 연봉 높고 가고 싶었던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면접에서 면접관의 눈치를 보며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판타지 주인공이라니. 


특히 시험 준비를 오랫동안 하던 어느 날 꿈에서 시험 보는데 답을 하나도 몰라서 괴로하다가 깼는데 다시 잠을 청했더니 2교시가 시작하는 꿈을 꿔본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달러구트에게 계약을 했다니! 믿을 수 없어! 를 외쳤다. 아마, 나는 중간에 계약을 철회한듯. 진상고객이라 미안해요, 달러구트씨. 아마 나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게도 환불을 얘기해주니 조용해지는 고객이었을지도. 


책을 읽으면서 달아 둔 사람들의 한줄평에서 마지막에 울었네요, 라는 내용이 예상이 잘 안됐다. 이렇게 동화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글에서 눈물을 자아낼만큼 소설의 기승전결이 등장할까? 역시나 그 것은 아니었고 소재와 연관되는 상황이었는데 나 역시 그 부분에서 눈물이 났던 것은 사실. 


예상대로 큰 임팩트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 가벼운 소설이었고, 어디선가 정말로 꿈백화점이 운영되고 있을 것만 같은 결말도 좋았다. 특히나 예상치못한 외전으로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을 풀어준 것은 꽤나 완벽한 마무리라는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근래에 너무 고민하고 머리써서 분석해야 하는 책들만 읽다가 오랜만에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도 좋았다. 



책의 영향인지 어젯밤에 꿈을 꿨다. 직장이 나오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왔다. 퇴사하려는 동료의 이야기를 공감해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녀이신 교장선생님의 신기하게 꾸며진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하고 정말 달콤한 홍차를 마셨다. 그러다가 교정기를 안 빼고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에 놀랄 때쯤 잠에서 깼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판타지를 오묘하게 섞은 꿈. 과연 나의 꿈 가격은 어떤 감정으로 얼마나 지급되었을까?





모두들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꿈 꾸십시다!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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