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릇이 큰 사람인 줄로 알았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내가 담지 못하여 떨어트리는 것들을 향한 질책이 버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의기소침해졌고, 내가 정의 내린 ‘그릇이 큰 사람’ 다워 지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느 날 엄마에게 내가 물었다.
“엄마의 그릇은 얼마나 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종지야.”
덧붙여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대신 난 언제나 꽉 채워서 담는 종지야.
단 한 번도 틈이 생긴 적이 없어.”
생각해보면 ‘종지’란, 조금만 담아도 충분한 것들을 위한 그릇이다. 간장, 고추장, 된장, 쌈장은 물론 젓갈과 장아찌 등 소량을 섭취해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런 것들. 나는 큰 대접이 아니라 엄마처럼 종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대신 나도 언제나 충실하게 나의 그릇을 가득 채웠고 내게 담기는 것들은 그래도 되는, 맛이 강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