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당신께

by 당신의 상은
당신이 사랑하던 계절을 담아


별이 된 당신께


초록의 잎사귀들과 알록달록 예쁘기도 참 예쁜 꽃이 가득한 이 계절, 바로 여행을 좋아하는 당신이 어디든 가시기가 좋은 봄입니다. 이 맘 때면 항상 꽃구경을 핑계 삼아 훌쩍 어디론가 떠나셨겠지요?


거긴 어떠신가요? 라일락 향은 여기의 것과 같은가요? 달리는 차 안에서 쉼 없이 뒷자리로 과일과 사탕을 건네주며 창밖의 꽃의 아름다움에 기뻐하던 당신이 생각나요. 알 수 없는 흥얼거림과 분주한 손길은 이내 제철 음식을 뚝딱 만드는 마법을 일으켰지요. 효창동 골목을 돌면 바로 나오는 우리 집, 먼 길도 아닌 그 길을 천천히 뒤에서 따라 걷던 중년의 당신.


정왕동 평화 빌딩 1층에 주차된 딸과 아들의 차가 출발할 때까지 가만히 머물던 당신의 발과 눈길, 쓸쓸하셨나요? 깜깜한 밤에 우리 모두를 위해 당신이 매만진 묵주 알들, 그 안에 담긴 지극 정성의 기도들, 아직도 하고 계신가요? 흰머리는 언제나 염색으로 감추어 우리들은 당신의 주름이 여느 노인들처럼 전보다 깊어졌던 것도, 주름 사이에 낀 근심도 알아채지 못했었어요. 그만큼 싱그럽고 화사했던 당신, 지금은 평안하신가요? 우리는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이 없어도 제법 김치도 그럴싸하게 담글 줄 알고요. 명절 때면 둘러앉아 술을 한잔씩 하며, 그렇게도 즐거워하시던 화투를 치며 보냅니다. 그래도 여전히 당신의 그 솜씨 좋던 음식들과 넉넉한 품이 그리워요.


당신이 떠난 후로 몹시 그리워 모두 슬퍼했습니다. 우린 서로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세상에 태어나 만나서 사랑했던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아직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러니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을 뿐 언제나 함께 하고 있는 것이죠.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를 내려다보며 반짝이고 계실 당신. 또 편지할게요.


당신의 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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