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이를 먹네
너도 그렇겠다
보고자 하면 한 번쯤 만날 수도 있을 텐데
너는 너의 그녀를 따라 비처럼 흘러가고
나는 나의 남자를 안고 봄 인양 나른히 기대어 오고
한 지점에 둘이 있다 다른 길로 갈라져
한 발 두 발... 걷고 걸으면 더는,
맞잡을 수 없는 곳에 다다르지
머리카락 끝도 보이지 않는 곳
한 번씩 나를 떠올리니?
너도 나처럼
나이를 더 먹으면
어느 날 소풍처럼 문득 너를
만난다면 그땐
담담히 웃으며 어린 날
소꿉놀이 얘기하듯 지절거릴 거야
우리 입술이 살구꽃처럼 맞닿았던 시간들을
유리창에 덮인 수증기같이 몽롱해지던 순간들을
시를 쓰는 매거진 '너를 만나는 곳' 을 하나 더 만들었다.
'시처럼 그림처럼' 매거진에는 [나도 옛날엔 그랬어]에 실린 시를 실었기 때문에, 다른 시와는 분리하고 싶었다. 이미 쓴 시가 아니라 새로운 시를 꾸준히 써 나가는 게 중요한 일이므로 나에게 숙제를 부여하고 싶었다. [한국문학예술]에 시를 연재하고 있지만 많은 분량이 아니므로, 시집을 한 권 모아서 내려면 3년여는 걸리는듯하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편씩은 쓰자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실전화하는 일이 있을 때 성실함을 발휘하는 나의 성격상, 내가 나에게 과제를 부여하는 일이 현명한 일임을 안다.
완전한 시는 아닐지라도 브런치에 올리려고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면 한 발을 떼기가 어렵다. 설익었을지라도 일단 쓰는 게 중요하고, 쓰기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쓰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시집을 아우르고 출간할 때는 다시 수십 번 다듬는다.
글도 퇴고를 여러 번 하지만 시는 배나 더 많이 한다. 그만큼 시는 정제되어야 하기에 그렇다. 글과 같이 많은 말로 설명하거나 서술하는 장르가 아니므로 바짝 신경이 쓰인다. 한 단어, 한 문장이 나체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글과는 다르고 그림과도 다른 분위기와 외내형을 가진 시,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쓰는가에 따라 시의 아우라는 달라진다.
>>비움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