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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Dec 08. 2021

감정 관리도 실력이다

"감정 관리도 실력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 줘'라는 웹툰에서 유지혁이 주인공 강지원에게 하는 말이다.


며칠 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쿠팡 판매자인데 구매한 물품이 주문 취소가 되었으니 반품 회수 기사를 통해 상품을 되돌려 보내라는 것이다. 물건은 받은 지 오래였고 사용 중이었다. 뜬금없이 해괴한 문자가 온 것이다. 처음에는 뭔가 착오가 있나 보다 하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취소한 적 없으며 이미 사용 중이라 답장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은행 계좌로 물품값을 입금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무슨 소리십니까? 이미 처음 구입 시 입금했었고, 상품 취소한 적 없으며, 취소 금액 돌려받은 적 없습니다. 쿠팡에 확인하십시오"

답신을 주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는다. 

"지금 사기 치시는 겁니까? 왜 전화를 안 받으시지요?"

했더니 내가 취소한 자료를 보내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구매내역과 반품 취소한 전적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거론된 물품이 '반품 완료'라고 떡 올라와있지 않은가! 통장 내역을 훑어보니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황당했다. 취소했으면 물건을 받아서 포장을 뜯어 사용하고 있었겠는가? 

기가 막힌 상황에서 다시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물품 취소 상황을 확인했다고 문자를 넣었다. 하나 '분명 내 손으로 취소한 적 없음'을 정확히 했다. 고객이 취소한 일이 없는데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지 납득을 시키라 했다. 그래야 재 입금하는 불편함과 수고를 감수할 것이라 했다. 그는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확인하고 연락이 올 때까지 답을 안 할까 하다

"알겠습니다"

하고 일단락을 지었다. 그는 열 받은 고객과의 논쟁을 피하려고 전화를 안 받는 거겠지 싶었다. 마음을 가라앉혔다. 

해외배송 상품이라 배송을 받기까지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함을 구입 시 확인했으므로 느긋하게 있었다. 그런데 물건이 10여 일 일찍 왔다. '반품 완료'라고 된 날은 물건을 받은 날로 기억이 된다. 이때쯤 아마도 그들은 뭔가 처리에 착오를 일으켜 반품 완료되는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실수를 알고 있을 것이어서 전화를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웹툰을 잠깐 보았다. 몇 컷을 넘기지 않았는데 '감정관리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떡 나타나지 않은가! 망치로 가슴을 쾅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필 왜 이때 이 글이 눈에 보이는가? 

나는 평소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반대로 기쁘거나 즐거워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기질은 부당한 일을 만났을 때 불길처럼 일어나기도 하는데 물론 자주 그런 건 아니다. 위와 같은 일은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인데, 마치 내가 그런 양 죄를 덮어쓰는 것 같아서 순간 열이 받았던 거다.


'그래 맞아, 감정관리도 실력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할 수 있는 내공이 아직 나에게는 부족한가 보다. 때론 남들이 보기에 무척 화가 날 일도 잘 참으면서 어쩔 땐 별거 아닌 일로 혈압을 올리곤 한다. 내가 화를 잘 못 참을 때는 주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누명을 쓴 기분이나 그런 상황 말이다. 

이번 사건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누명을 쓴 상황이 되었으니 전기난로처럼 금세 호르르 열이 확 받은 거였다. 

감정관리도 실력이라 하니 억울한 상황에서조차도 차분하게 이성을 데려올 수 있도록 실력을 기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필요한 시간에 적절하게 눈에 띈 이 메시지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종종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을 때 마음속에서 봉긋 올라와 나를 다스려줄 듯하다.




다음날 오후 늦게 문자가 왔다.

"고객님 확인해 보니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제품이 출고일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배송 트레킹이 되지 않아 분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저희 쪽에서 배송지연으로 주문 취소를 한 것입니다. 물류센터에서는 이후 배송 완료가 되어 보상도 못 받고 저희 쪽에서 손실로 잡고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고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구매 금액에서 5,000원 차감해드리면 어떠신가요?"


문자 내용으로 보아 이들은 이미 사실을 파악하고 물품값을 받을 계산으로 반송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을 했다면, 이해하고 확인한 후 입금된 돈을 보내고 마무리했을 것이다. 알면서도 고객에게 마치 고객의 잘못인양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회피하는 양태가 얄미웠다. 


"납득할만한 이유 진실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으니 10,000원을 차감했으면 합니다. 이건 공정한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뒤늦게라도 사실을 말해준 데 대하여 감사를 표했으나 나의 정신적 손해 비용은 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품비용이 4만 원인데, 해외상품이라 만원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처음엔 울상을 하더니 그러시라고 한다.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만, 실수를 무마할 양으로 타인에게 그것을 뒤집어씌우려 하면 되겠는가!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했다. 거기에 대응하느라 버린 나의 시간이나 정신적 손실비용은 사실 만원보다 크지만, 물품 원가를 고려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인데 대한 보답으로 그 정도로 정했다.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으나 이 사건을 통하여 내가 배운 것은 어떤 상태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야겠다는 마음이다. 얼굴 근육이 쉽게 울고 웃는 어린아이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습은 얼마나 유치한가! 

'감정 관리도 실력이다.'

이 말을 가슴에 두고 자주 꺼내어 먹어보고 만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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