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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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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Dec 14. 2021

나부터 챙기기

"엄마, 7시 반쯤 집에 갈건데 참치치즈계란김밥 만들어놔 주세용~ 참치듬뿍!"

오후 6시 36분에 딸아이에게서 온 카톡이다. 나는 새벽 1시 반경에 일어나 종일 분주히 움직였던 터라 오후 6시쯤 되니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막 잠옷으로 갈아입던 중이었다. 저녁을 대충 먹고 후딱 치운후 잠부터 자자고 내 방으로 쏙 들어왔다. 카톡을 확인하고 어찌해야 하나 잠시 망설인 뒤 답을 했다.

"다미야, 엄마 넘 피곤해서 지금 자려는데 낼 낮에 만들어 줄게~ 니가 안 와서 생각 못했거든 쏘리~~"

"ㅠㅠ"

아침에 참치김밥 먹고싶다고 했었지만 아이가 있을 때 바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늦는 것같아 만드는걸 접었다. 아이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던거다. 다른 집 같으면 7시가 늦은 시간이 아닌데 나에게는 늦다. 요새는 대체로 7시 반이면 잠자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은 진짜 피곤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가 힘든건 제쳐두고 헌신과 사랑을 먼저 베풀어야 정상 엄마일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내 나의 건강과 컨디션을 먼저 챙기기로 하였다. 아이가 참치김밥을 당장 먹지 못한다고 무슨 큰 일이 날것도 아니고, 내일 만들어 줄거니까 괜찮다. 참치김밥 아니라도 다른 반찬이 충분히 있으니 그걸 먹어도 된다. 아님 냉장고에 비축해둔 먹거리를 알아서 챙겨 먹으면 될 일이었다.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에는 억지로 꾸역꾸역 가족을 위해 헌신한답시고 일하는 것을 피한다. 그러다 괜스레 가족에게 더 짜증을 낼 수가 있어서 차라리 이런 부탁은 거절하는 편이다. 다른 방법을 제안하든지 아니면 언제 해 주겠다고 정확히 말한 뒤 약속을 지키면 되는거다. 아이들이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나이라면 이런 태도를 취하기가 어렵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20대여서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 보통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어릴 때에도 나를 먼저 챙기곤 했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배가 너무 고프면 아이를 잠시 제쳐두고 나부터 밥을 먹었다. 아이가 심하게 보채거나 울지 않으면 말이다. 밥을 다 먹고 몸과 정신을 추스린 후 천천히 아이를 여유있게 돌봐주었다. 

배가 고파 기진하고 에너지가 바닥일때는 나를 먼저 돌보는게 옳다는 생각이다. 내가 무너지면 자식도 남편도 가족도 다 무너지기 때문이다. 힘들어서 짜증을 내가면서까지 가족을 위해 일하는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들이 엄마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하면 그나마 보람이 되겠지만, 가족은 늘 그렇지 않다. 습관적으로 언제나 엄마가 그림자처럼 해주면 엄마의 헌신은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가 있다. 어느날 하인처럼 살고있는 자신을 보았을 때, 가족때문에 자신을 돌보지 못하여 초라한 껍질만 남은 모습을 발견할 때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그때에야 나의 수고를 가족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억울해 할 터인가? 몸도 마음도 아프게 돼서야 비로소 나를 가엾게 여길것인가! 그렇다고 나를 돌보지 못한 지난 시간이 돌아오겠는가! 나를 버린 헌신이 과연 가족을 위하는 사랑이며 진정한 헌신이 될까를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엄마가 건강하고 밝고 생기넘치면 그 혜택을 받는 이들이 가족이다. 가족을 위한다면 엄마인 나 자신을 먼저 챙기고 돌보아야 한다. 나의 정신이나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하면 아이들도 남편도 그 영향을 받는다. 엄마의 육체의 건강과 정신적 에너지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염려없이 잘 버티고 살아낼 수있는 양분이 된다. 남편에게는 마음놓고 사회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대해 남편이나 아이들이 엄마가 이기적이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딸아이는

"엄마, 어디 아픈데 없어? 지난번 위 안좋은건 괜찮아졌어? 내가 한약 지어줄게, 다 나을때까지 약먹어. 나 돈많아~"

하는가 하면 아들은

"엄마 어디 아파, 힘들면 쉬어~ 나 오늘 라면 먹을게~"

하고 남편은

"당신이 건강해야 우리가 다 편히 사니까 쉬엄쉬엄 해, 에고 우리 마나님 얼굴이 반쪽이네, 애들몰래 몸보신 하러 갈까?" 하곤 한다. 이럴 땐 내심 뿌듯하여 노랗고 동근란 스마일 아이콘이 머리위로 둥실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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