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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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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Dec 13. 2021

내가 생각하는 나, 가족이 생각하는 나

아침 일찍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나서 누군가 봤더니 아들이었다. 동대문에 다녀오는 중이라 했다.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면접을 보고 왔다고. 아이는 요새 이것저것 단기든 장기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낮에 하는 일이든 밤에 하는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히 한다.

서류 준비로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을 프린트하고 나서 배가 고프니 밥 좀 달라한다.

밥을 챙겨주면서 아이가 하게 될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친구들 몇몇과 같은 데서 일하게 될 경우의 주의점도 덧붙여 상기 시켜주었다. 아무래도 또래가 함께 붙어있게 되면 일을 게을리하게 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나쁜 태도를 모두가 따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리니.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염려와 주의점만 한 보따리 주절거리는 나를 보고 아들은 

"엄마, 엄마는 응원에 약한 거 알아?"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였다. 

"엄마가 응원을 잘 안 한다는 거야? 세상에서 엄마만큼 우리 아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내심 억울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역시나 아이는 그렇다고 못을 박는다.

응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자주 하지 않으며 표현도 평범하고 미미하다 한다. 잠시 되짚어 보았다. 내가 정말 아이한테 그랬었나? 




나는 아이들이 뭔가를 잘했거나 시도를 하면 칭찬과 격려를 잘하는 편이다. 응원도 열심히 하고. 아니 그리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들의 말에 자다가 뒤통수 맞은 사람처럼 얼떨떨해졌다. 

"엄마가 응원을 안 한다는 게 아니고 별로 안 한다는 거야, 내가 특별한 일을 할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응원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엄마 응원은 약해!"

했다. 아이 말인즉 응원을 평소에도 자주 듣고 싶고, 응원의 강도는 좀 호들갑스러워 보일 정도로 격렬했으면 싶다는 거다. 오늘 아침 같은 경우는

"우와~ 우리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또 한단 말이야? 이 밤중에 면접을 보고 왔어? 오~~ 역시 홍(紅)이는 한다 하면 진짜 열심히 하는 아이야, 엄마는 아들 때문에 사는 보람을 느껴, 대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다. 한데 요새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반응이 그저 그랬던 거다. 칭찬은 쪼끔 하고 주의점만 늘어놓고 있었으니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는가!


내가 아들한테만 그런 건지 어쩐 건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딸에게 물었다.

"다미야 엄마가 응원을 잘 안 하는 사람이니?

"응 자주 안 해!"

아이는 생각도 안 해보고 바로 대답했다. 돌멩이 서너개가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스스로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응원을 잘하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살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와 가족이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도 억울해서 다시 물어보았다. 약간 강요를 섞어서

"엄마가 다미 응원 많이 해주잖아~ 우리 다미가 뭘 한다 하면 격려와 응원을 얼마나 잘해주는데!"

아이는 엄마의 억지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응 잘 하긴 하지, 그래도 무심할 때가 많아, 엄마 하는 일에 바빠서 그런 가봐!" 

하고 엄마를 배려하는 듯한 표현 비스무리하게 했다. 고개를 45도 각도로 들고 눈동자를 사선으로 굴리며 말이다.




아,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자주 열렬히 응원해주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남편한테도 그렇겠네! 한다고 하지만 그게 가족이 보기에는 어둠만 살짝 밝히는 희미한 촛불인 거다. 

나는 성격이 본래 사람들을 대하여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거나 애교 만발하지를 못하다. 노력한다고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뻣뻣하고 재미없어 보이나 보다. 남편도 가끔 우스운 말을 해 놓고선 내가 박장대소하거나 맞장구를 치지 않으면

"에이 재미없어"

하곤 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햇빛처럼 쨍한 응원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야 뭔가 격려받고 지지받았음을 느끼고 기분이 업돼 보인다. 상대방의 노력을, 아니 칭찬받고픈 마음을 읽어주고 과하게 열띤 반응을 해야 사람은 아는건가! 들뜨지 않은 조용한 칭찬과 응원은 별로 응원 같지않아 보일까?


아이 말처럼 나는 내 일에 바빠서 가족들의 일에 일일이 참견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반대로 응원과 칭찬도 그와 비슷한 양상이지않나 싶다.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마음으로는 가족을 열렬히 응원하지만, 그게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거나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않나 보다. 

현재의 나의 호응 모드를 조금 바꾸어야 할 듯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오글거릴 정도로 과하게 말이다. 가족들이 나의 들뜨고 열띤 응원에 힘을 얻는다면 그 정도를 감수하지 못하리! 몰랐을 때는 그렇다치더라도 이제라도 가족의 마음을 알았으니 노력해야겠다. 평범한 일에도 자주 응원하고, 경망스러워 보이더라도 조금 소란스럽게 응원을 하련다.

"오~~~ 아들, 알바 자리를 금세 구했어? 초 스피드네. 역시 능력 자야! 우리 아들이 그런 어려운 일도 할 수 있단 말이야? 

짝짝짝! 

엄마는 아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거에 완전 반했어. 넌 누구 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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