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결혼에 대하여 중 나는 이 부분을 좋아하여 종종 상기한다.
함께 있되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십시오
그보다는 사랑이
그대들 두 영혼의 기슭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부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사이이기에 알게 모르게 서로를 구속하고 간섭하게 될 때가 많다. 예의가 없어지기도 하고 상대를 지배하려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서로 간 공간이 있게 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이 구절들을 읽으며 깨닫곤 한다.
‘부부’ 혹은 ‘위로’라는 주제의 미술작품들이 내게는 꽤 있다. 대부분 나의 이야기이며, 타인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할지라도 내 생각이 깊이 개입돼 있는 그림들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 은연중 자신의 인생과 생각을 담는다. 그러므로 작품을 보면 그 작가의 사상이나 삶을 엿볼 수 있다. 생각이 없다면 작품은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 생활의 실패를 한 번 경험했기에 그로 인해 배운 것이 너무나 많다. 부부가 서로를 다른 인격체로 인정해 주지 않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벗어나버리면 여기저기 금이 가서 때울 수 없는 그릇이 됨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기에 결혼을 원한다면 남녀에 대한 차이를 알고 인정하며,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결연한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래도록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이 있어야 하리라.
쓰라린 이혼의 경험으로 다시 얻은 결혼생활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사람도 그렇고 지금의 시간도 그러하다. 그러기에 남은 생을 함께 할 남편을 보석보다 귀히 본다. 그의 존재 자체는 물론 그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까지도 아끼고 존중한다. 그도 역시 이혼을 경험한 사람이기에 나를 세상 어떤 것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애정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는, 더 이상 철없지도 어리지도 않기 때문에.
서로의 잔을 채워주십시오
그러나 각자 자신의 잔을 마시도록 하십시오
서로에게 자신의 빵을 나누어 주십시오
그러나 각자의 빵을 먹도록 하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십시오
그러나 서로는 혼자이게 하십시오
함께 떨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낼지라도
각각은 혼자인 현악기의 줄처럼
부부는 서로가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간섭과 조언을 자제하되 도움을 바랄 때 기꺼이 도와야 한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하며 즐거워하되, 서로의 마음이나 생각은 각자의 것임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상대의 가슴이 내 것인 양 소유하려 할 때 문제는 생기게 되는 법이다.
예언자는 말한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