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새롭게 하고 싶을 때, 큰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울 때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계획을 실행하고자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부지런히 하고 있는 일이 있다. 비우기이다.
정리가 아닌 비우기! 비우기를 하면 자연스레 정리는 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굳이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미니멀라이프를 하지 않던 시절에는 정리를 했다. 방 정리, 주변 정리, 책상 정리를 말이다. 가장 많이 했던 게 책상 정리이다. 하는 일이란 게 거의 대부분 책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화실 생활을 할 때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또는 새로운 마음으로 뭔가 실천을 하고자 할 때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상 정리였다. 책상을 반듯하고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 책상이 칼 같아요! 책상 위에 먼지 한 톨 안 굴러다니면 살벌한데~"
하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비움을 했다.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정리가 아닌 비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인생을 훨씬 빠르고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세웠던 비전을 다시 점검하고, 내년의 목표와 계획을 검토, 방향을 수정했다. 가슴이 뛰었다. 꿈은 가슴이 뛰어야 진짜 꿈이며, 이루었을 때 행복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새벽에 두어 시간 눈을 감고 생각하고, 적고, 시각화를 하였다. 목표가 뚜렷이 보였고 내가 지금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릇된 방향으로 가던 일들도 바로잡았다.
가슴이 뛰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면 길이 보인다. 현재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어디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고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면 그 외 불필요한 것들은 다 비운다. 어제까지 부지런히 달려왔던 길이라 해도 말이다. 어제까지는 옳다고 주장하고 힘을 다하여 애를 썼더라도 냉정히 비워낼 수 있어야 한다. 진짜 간절히 바라는 비전에 비추어 그릇된 방향이라면 비우고 다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가다가 갑자기 하던 일을 중단한다면 타인들의 눈이 두려울 수도 있다. 체면이 구겨질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체면이나 이목 때문에 진짜 비전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는 일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시간이나 정신, 물질의 손해를 봐가면서도 어쩔 수없이 지속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내가 열심히 하던 일을 중단했을 때, 주위의 시선과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겠노라는 마음을 먹으면 대담하게 걷어치울 수 있다.
비난받기로 하는 것이다. 욕을 먹기로 한다. 이제껏 좋았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냥 땅에 떨어지기로 한다. 누군가와는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더 크고 중요한가를 깨닫는다면 기꺼이 벌어지는 걸 감당하기로 한다. 체면과 이미지와 권위가 상실된다 해도 나는 변명없이 감수하기로 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잘못된 일들이나 어긋난 방향을 모두 수정할 수 있다. 크건 작건 간에!
마음에서부터 쓰레기를 다 비우고 나면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 어지러운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 쓸데없는 물건과, 전에는 필요했으나 지금은 불필요해진 것들을 싹 찾아내 비워버린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주변을 비우는 것 같은가? 아니다. 진짜로는 마음속 불필요한 것들을 먼저 비웠기에 주변도 비우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목표를 바로 세웠으므로 그것을 실행하기 위하여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우기가 좋다. 할 일과 방향, 목표에서 어긋나는 일인데도 사람 관계의 손상을 염려해서 당장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 이목이 두려워서 못 비우는 것이다. 혹은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한 방법으로 치환하며 그 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는 마치 비우지 않고 자리만 바꿔가며 정돈만 하고 있는 사람과 같다. 정돈만 하면 다시 어질러지고 그 일로 인한 문제와 고민은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도 아니라고 부정하는 일이라면 단번에 비우기를 결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마음으로 결론이 난 일을 질질 끌고 있다 해서 상황이 진전되거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정리 정돈이 아닌 비워버릴 때의 가벼움, 새로운 마음, 긍정의 에너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비우는 일을 용기 내어 할 것이다. 복잡하고 혼란한 마음, 정리하지 말고 깨끗이 비우기를 권한다. 가슴이 뛰는 진짜 새로운 비전을 바라보고 있다면 기꺼이 비우기를 택하라.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주변의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 눈에 보이는 환경도 트이게 하라.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가로막는 것들이 있다면 그만큼 성취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