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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Dec 09. 2021

버려진 아이

생명을 대하는 마음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랫동안 함께 정을 주고 살아온 동물들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길에 유기해버리는 것이다. 기를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면 동물 보호소에 연락해서 의탁하면 될 것을 대체 왜 무책임하게 버리는 것일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최소한 길에 버려져 목숨이 위태롭지만은 않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아이가 카톡으로 뭔가를 보내왔다. 열어보니 고양이 사진이었다. 

"엄마, 우리 단무 같은 애가 있어. 스터디 카페 앞에 있었는데 누가 버린 것 같아!"

정말 단무와 비슷한 종이었다. 하얗고 노르스름한 털과 화려한 장모를 가진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단무보다 조금 더 작아 보였다. 멍하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게 어찌나 안쓰러운지 마음이 아팠다. 표정이 우울해 보이는 게 고양이가 아닌  진짜 버려진 아이 같았다. 누군가 유기한 건지, 아니면 잃어버린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인이 모르는 사이에 어쩌다 집을 나왔을까? 그럴 수도 있다. 우리 옆집에도 반려묘를 기르는데 두어 번 집 밖으로 튀어나가서 찾는 걸 보았다. 


반려견과는 다르게 고양이들은 조금 움츠리는 게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드물다. 나도 단무를 기르고 있지만 현관 밖으로는 일절 나가지 않는다. 주인이 외출하기 위해 문을 열어도 우두커니 멀리서 보고 있을 뿐이다. 강아지들처럼 꼬리를 치거나 혀를 날름거리며 웃는 표정을 하지도 않는다. "단무야 엄마 나갔다 올게~" 하며 손을 흔들어도 눈만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현관을 열면 밖으로 휙 나가는 고양이는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주인과 외출을 자주 했다거나 유기묘를 데려다 기른 경우라면 혹 모르겠다. 바깥세상을 자주 접했을 거니 말이다. 


                                                                버려진 아이


어떤 이유로든 밖으로 나온 고양이는 찾기가 힘들고 잡기에도 힘들다. 잡으려 하면 도망부터 치고 보는 고양이의 특성상 내 집안 아니면 잡아서 데려오기도 어려울 일이다. 사진 속 냥이의 얼굴만 보아도 심란했다. 어찌 됐을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도 않을 텐데...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지는 않은 건가! 아니면 벌써 찾아서 데려갔을까? 혹 진짜 유기된 걸까?

설마 이렇게 예쁜 아이를 유기했을까? 냥이가 있던 자리에 가보고 싶었으나 내가 알게 된 건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기에, 무용한 일이라 생각하여 포기했다.  


반려묘를 버린 거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심장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내가 기른 동물은 식구 같은 생각이 들고 진짜 내 아이 같은 마음이 든다. 뭐든 예쁘고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잘 먹이고 싶고 뭐든 해주고 싶다. 반려동물을 기르다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명은 다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길에다 버린단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반려묘들은 사람 하고만 살아서 외부에서 적응이 어렵다. 애초부터 밖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길 고양이들과는 다르다. 몸집도 대체로 작은 편이어서 거칠고 큰 길고양이들의 공격을 속수무책 당하기 쉽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보다도 고양이들이 적이다. 영역이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때문에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우는 것이다. 시골 부모님 댁의 고양이가 집 주변 도둑고양이들과 싸워서 물리고 다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염려가 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들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고운 털을 가진 장모의 냥이가 무사히 주인에게로 돌아갔으면 싶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동물을 갑자기 길에 버리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사람의 보호를 받고 살아온지라 혼자서 험난한 환경에서 살아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유기한다는 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 기를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물보호소나 SNS를 이용해 후견인을 찾아보든지 말이다. 전에 아이들이 유기견을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기를 형편이 아니어서 동물보호소에 보낸 적이 있다. 전화를 하니 다음날 금세 데려갔다. 


반려동물을 데려올 생각이 있다면 처음부터 진중하게 고민하고 데려왔으면 한다. 살다가 어떠한 일이 생긴다 해도 책임지겠다는 마음 말이다. 아이가 건강하고 예쁠 때 뿐아니라 아프고 병 들어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성급하게 데려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마음이 없으면 동물을 좋아해도 무작정 데려오면 안 된다. 정 보고 싶으면 동물 카페와 같은 곳을 이용하여 좋아하는 마음을 채우면 된다. 욕구가 조금 덜 채워진다해도 진짜 동물을 사랑한다면 자제할 필요가 있다. 

힘과 선택에 대한 의지가 없는 반려동물을 내 필요에 의해 아무렇게나 데려오고, 유기하는 행태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생명을 대하는 신중함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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