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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Jan 06. 2022

더 나은 삶의 방식 미니멀 라이프

천상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주변에 뭔가가 많아지면 불편하다. 어제는 딸아이가 카디건 하나와 티셔츠 하나를 버리겠다고 내놓았다. 아이는 옷이 낡아서 버리는 일은 없고 보통 다른 옷을 샀거나 입기 지겨워지면 버린다. 아이와 사이즈를 비슷하게 입기 때문에 아이가 옷을 비울 때는 내가 입을 만한지 어떤지 살펴본다. 색상과 디자인은 괜찮은지 입어서 어울리는지 말이다. 어제 내놓은 두 가지는 모두 마음에 들어서 내 옷장에 비치해 놓았다. 


이렇게 되면 또 해야 할 일이 있다. 옷 중에서 제일 별로인 옷을 비워야 하는 숙제가 생기는 거다. 찬찬히 뒤져보고 카디건 중 보풀이 져서 낡아 보이는 걸 하나 솎아내고, 또 다른 카디건 하나를 비웠다. 하나를 들이면 하나를 비우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야 옷장이 슬슬 차고 넘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어서이다.


지난 일요일 남편은 흰색 와이셔츠 두 벌을 세탁해 놓으라 했다. 남편의 흰 와이셔츠는 세 개인데 세 가지가 다 비슷한 디자인이다. 와이셔츠는 색상별로 하나씩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자신은 세 개가 다 필요하다고 한다. 거기다 아이가 아빠 생일 선물로 카라티 두 개와 흰 와이셔츠를 또 사 왔다. 솔직히 나는 나의 일만 많아지는 듯하여 속으로 잠깐 불만이 생기긴 했다. 와이셔츠를 깨끗이 세탁하고 다림질하면서 혼자 구시렁거렸다. 한 두벌만 가지고 지저분해지면 그때그때 손질해서 입으면 안 될까? 하고. 




어릴 때부터 어디를 가든 날마다 다른 옷을 입어야 마음이 즐거워지는 나였다. 옷은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 많은 종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가진 옷이 몇 벌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지도 못하고 살았다. 옷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고 살았던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옷을 비울 때 마음이 참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 잘 비우고 나서는 옷장이 차는 걸 도둑이 드는 것만큼 조심한다. 내 옷장에는 딱 내가 그 계절 입을 만한 옷이 알맞게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나서는 어딜 가서든 옷을 탐하거나 쇼윈도에 비치는 옷을 보고 감탄하여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다. 사고 싶은 욕구도 전혀 일지 않는다. 딱 내가 필요할 때만 옷을 구입하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다. 옷장 안에는 마음에 드는 몇 개의 옷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맛좋은 음식에 포만감이 생긴것처럼 흡족하다. 지금은 뭐든 많아지면 부담스럽고 피곤해진다. 


나는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나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남편은 원래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도 전부터 미니멀하긴 했다. 남편이 나보다 조금 많은 건 옷과 약간의 소소한 물건뿐이다. 아이들은 샀다가 버렸다가를 반복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밖으로 물건이 넘쳐 나오게는 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 집의 원칙이다. 개인의 물건은 개인의 방 이외의 공간을 잠식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가 잘 되는 공동의 공간을 가족 모두가 즐겁고 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방은 복잡해도 공동의 공간은 깨끗하고 쾌적한 것을 당연스레 여기고 좋아한다.


집안에 딱 필요한 것만 있으면 관리하기도 편하고 돈도 적게 든다. 공간이 여유롭다. 누구의 자랑이나 광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 하기 전에는 왜 이런 좋은 환경과 마음의 편안함을 생각해 보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옷이나 물건보다 훨씬 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지도 찾지도 않았다는 데에 우습기 그지없다. 사람은 대부분 더 좋은 걸 경험하고는 그렇지 못했던 지난 생활이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더 좋은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가진 것과 사는 방식을 고집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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