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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Dec 24. 2021

성장을 즐기는 사람

내 주변에는 여러 작가들이 있다. 글작가도 있고 화가도 있고 시인도 있고.

활동범위가 다방면이다 보니 자연스레 주위에 둘러있는 이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비슷한 일을 하고 방향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친구이자 동료가 된다. 이들 중 특별히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보통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 성품적으로나 추구하는 방향이 그렇다. 대체로 차분하고 예의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배우고 성장하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성장에 대한 노력이나 관심이 없는 이들을 만나면 몇 시간을 헛 껍질만 만지고 온 기분이 든다. 마주 보고 있는 시간도 재미없고 지루하다. 안부를 묻고 요즘 하는 일과 세상 돌아가는 것 몇 가지를 나누고 나면 할 말이 떨어진다.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이들을 만나면 에너지와 즐거움이 상승해서 몇 시간이 흘러도 헤어지기가 아쉽다. 어제 그런 사람을 만났다. 6개월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보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드물게 만나는 사람이다. 공유하고픈 전시를 보러 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말이다. 


이 사람과는 그림을 그리다가 알게 되었다. 그녀도 화가를 꿈꾸는 사람이었고 나도 그랬다.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은 비슷했다. 함께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학을 갔다. 우리는 뒤늦게 회화를 전공하며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발전하게 하는지에 고무되었다.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타인에 대하여 보는 시각이 예리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조금 친밀해지면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나 의견을 제시한다. 비판적인 시선이 아닌 편안하면서도 몰입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한다는 것이다. 주로 우리가 하는 대화는 90프로 이상이 공부와 예술에 대한 말들이다. 자연스레 작업의 주제나, 스타일에 대한 것들을 나누게 된다. 나도 보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내 준다거나, 심지어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작업방향에 대해서도 귀띔해준다. 그녀는 이리 말한다.

"저는 제 작업에 대해서는 길이 잘 안 보이는데 타인의 작업은 잘 보여요. 그래서 얘기를 해 주고 싶어요."

이건 교만하거나 자만에 찬 말은 아니다. 그녀는 타인의 작품에 대한 촉이 좋다. 단순한 비평이 아닌 대안 제시가 효과적이어서 그녀와 함께 화실을 같이 쓰는 작가도 작업방향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 회화 수업을 들으면서도 문학 공부를 틈틈이 했는데, 그러다 현대 시 창작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학기를 마치고 곧바로 공모전에 시를 출품했다. 운이 좋게도 첫 번째 도전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결실을 얻게 된 데는 그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2018년 말 겨울 그녀를 만나서 시 두 편을 보여주었다. 이제껏 나의 그림만 보아왔던 그녀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작가님은 그림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아요!"

나는 수긍하지 않았지만 "그런가요? 글을 좀 써 볼까요?" 농담처럼 대꾸했다. 그 말을 깊이 새겨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으로 데뷔를 하였다. 2019년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를 쓰고 난 이후 지금까지 글을 계속 써오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시와 글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도 썼다. 에세이를 내야겠다는 마음도 진즉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나 시인으로 데뷔하고 정식으로 책을 쓰게 된 건 그녀가 방아쇠를 당겨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차 서로의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의식적으로 작정하고 피드백을 하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상태에서 하게 된다. 해서 편하게 의견을 나눈다. 그 가운데 각자가 서로의 조언이나 의견을 즐겁게 듣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수렴하기도 한다. 그녀도 내가 2년 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었던 것을 아주 의미 있게 품고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의 방향에 반드시 추가하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어제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도전을 받은 것들이 생겼다.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까지 4시간을 이야기했으나 시간이 미끄럼 타듯 흘러가서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만남이 기대가 되고 그 시간을 더욱 즐긴다. 하는 일이 바쁜 사람들이어서 노상 만나 수다를 떨 수 없는 게 감사하다. 자주 만나 식상한 사이가 아닌 오랜만에 보는 기다려지는 사이여서 좋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각자가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주며, 서로를 보고 자극을 받는다. 우리를 둘러싼 긍정적 에너지를 사랑한다. 이런 사람과의 함께한 시간은 돈을 주고도 바꿀 수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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