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를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움 Jan 07. 2022

책은 나의 분신이니까

"시가 자유분방해요. 아마추어적 야성미가 있어요! 그대로 출간해도 좋겠어요."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었던 과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시집 출간을 앞두고 이대로 검증 없이 시집을 내도 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교수님께 조언과 피드백을 듣고 싶었다. 내심 첨삭 지도가 필요하다면 받을 생각도 있었다. 시인으로서 문예지에 시를 3년여간 실어오고 있지만, 나의 시가 객관적으로 어떠한가 평가를 받고 싶은 거였다. 이메일을 드렸더니 불쑥 연락을 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시를 모두 보내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교수님은 시를 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진심을 말해 주셨다. 시를 오래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늘 쓰던 대로 쓰게 되는, 한마디로 변화와 새로움이 없이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적 야성미가 느껴진다는 건 이와 반대를 의미한다고 했다. 나의 시는 신선하고 무엇보다 자유분방함이 가득하다고 하였다. 시의 표현법이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거침이 없고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말씀하심이었다.


전화를 내려놓고 얼마나 행복하고 기분이 벅차던지!

가슴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펄펄 날아다녔다. 문예지에 시를 발표한 시들도 이번에 다시 점검하였다. 블로그나 잡지에 시를 올리고 이미 발표했다 하더라도 후에 다시 보아 마음에 차지 않은 표현이 있으면 더 낫게 퇴고를 하고는 한다. 이번 단독 시화집을 위한 시는 신중하고 정성을 들여 정리를 하게 된다. 아마도 이게 나의 얼굴이요, 나를 상징하는 것이기에 더 그런 듯하다. 다른 글보다 시는 한 단어 한 문장이 정제되고 절제되며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말을 넣기에 마음이 깊이 들어가는 것 같다.




새해 들어서는 그림 작업을 정리하고 있다. 시는 50여 편이 조금 넘을 것 같고, 그림은 20~23개 정도 넣을 계획이었는데 조금 더 된다. 시집이니 시가 중심이 되게 하고 싶어서 그림 양은 시에 비례하도록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시를 위해 그린 일러스트들을 모두 파일로 정리하였다. 수작업이 아닌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것들은 따로 포토샵으로 채색을 하고 편집을 한다. 오랜만에 하는 그래픽 작업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마무리되어 파일 화가 되니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집을 내고 싶은 소망, 물론 시화집은 시중에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타 시인들과는 또 다른 맛으로 시화집을 출간하고 싶다. 첫 시집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겠거니 한다. 공저 작업을 한 그림책도 있고, 시중에 내 이름으로 나오지는 않았으나 내 손을 통화한 그림들이 그려진 책들이 많이 있다. 하나 나의 글에 나의 그림이 들어가는 책은 처음이니 이 시화집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참으로 벅찬 일이다. 글이든 시든 그림이든 모든 출간물은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것들이 아니던가! 

희한한 일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림이나 글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면 그것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인쇄본을 스테이플러로 집어서 모아둔 서류나 파일들은 시간이 지나 쓸모를 다하면 그다지 귀중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여러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 모아 두어도 그리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들을 책으로 정리하여 출간하면 값어치가 달라 보인다. 책을 낼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추리고 정리하여 최상의 것들을 만들어내고자 하므로 퀄리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애를 써서 책을 펴내기에 책 하나는 평생 나의 분신이 되고, 나를 대신하여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며 또 나 자신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