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디쯤... 꼭
온다 하였기에
문 열어 두었습니다
천년이 여섯 번 가고
약속이 차는 날
그대 오는 길에 초롱 하나
켜 둘 겁니다
푸른 물 차오르고
어깨에 맺힌 탐스런
과실이 익으면
머리 위로 천천히
내리는 그댈,
보겠지요
이 시는 제가 좋아하는 시인데요~ 시인 자신도 자신의 시 중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시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썼다고 해서 내 시를 다 똑같은 심정으로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이 시는 영감이 온 날 단 번에 써서 따로 퇴고를 하지 않은 시예요. 저의 시는 대부분 많은 퇴고를 거쳐요. 시는 짧지만 다른 문학 장르보다 훨씬 더 정성을 많이 기울이거든요. 일필휘지로 썼다 해도 어느 날 다시 보면 아니다 싶은 낱말과 구절이 보이지요. 시 하나를 가지고 수개월 또는 1년을 두고 퇴고를 하는 시도 있어요. 물론 그거 하나만 써서 씨름한다는 말은 아니고, 다른 시를 계속 써 나가지만 미리 쓴 시들을 시간을 오래 두고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를 반복한다는 말이지요! 시를 알수록 시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쓴 것을 떡하니 아무 데나 내 보일 수는 없더라고요. 예전에 시가 뭔지 모르고 쓸 때는 참 편하고 자유롭게 아무 때나 즉흥적으로 시를 써서 SNS에 올리곤 했어요.
제 시는 쉬운 시도 있고 어려운 시도 있어요. 그래서 조금 비유가 많이 들어간 난해한 시는 SNS에 올릴 때 약간의 해석을 가미하기도 해요. 또는 시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당시의 저의 심정 같은 것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사람들의 공감력이 훨씬 더 좋더군요! 어려운 시를 아무 언급도 없이 휑하니 올려두면 사람들은 '저게 뭐야' 하고 눈길도 스치지 않는 경우들도 많아요.
이 시는 2019년 '양구 인문학 박물관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그림과 함께 일부러 제작했었답니다.
전시 주제가 <시와 철학이 함께하는 그림전>이었거든요! 즉흥적으로 시를 쓰고 그림도 급하게 제작했지만 시와 그림이 다 마음에 들어서 제가 아끼는 작품들이지요.
시를 읽었을 때 어렵다 하는 느낌은 없을 거예요. 조금 이해가 애매한 구석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시 해석은 하지 않고요~ 다만 이 시에서 '그대'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을 할게요.
그대는 다의적인 뜻이 있는데요! 실제로 연인일 수도 있고 종교적 의미에서는 절대자이기도 해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님은 갔습니다'에서의 님은 연인, 조국, 절대자를 상징하듯이 말이지요!
제가 어떤 의미로 이 시를 썼든 읽는 이들은 각자의 의미로 해석해 보아도 좋습니다.
시가 말하는 것과 그림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같이 감상하면 부딪혀 오는 느낌이 더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