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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Jan 05. 2022

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낮과 밤에 관한 시


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디지털 아트


낮은 낮이게밤은 밤이게

     

하늘이 구름천막을 두른 날

온 방에 불을 켜자

낮을 밝혀 이마에 매달아 두면 뇌 속에서 

아이들 한 무리가 달려 나온다   

  

해가 어스름에 삼켜진다

남김없이 불을 끄자

질박하게 찾아드는 아늑함

어둠 아래 누워있는 무위의 마음 위로

흰 새가 난다





이 시는 2021년 '한국문학예술 봄호'에 실린 시랍니다. 

어느 햇살이 잘 드는 가을날 낮에 갑자기 떠오른 시상이 있어서 이 시를 썼는데요~

저는 시를 올리면서 시에 대한 약간의 해석을 가미해 올리고 있어요. 시를 쓰는 일은 시인이 하지만 시를 읽고 느끼는 일은 독자의 몫이지요. 많은 예술이 그러해요. 그러나 예술작품을 좀 더 깊이 알고 음미하며 만끽하고 싶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가 활동했던 시대나 작가의 배경, 작품이 그려진 동기 등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보는 것과는 재미가 상당히 다릅니다. 특히 근대를 지나 현대미술에 있어서는 난해함이 심해 작가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작품을 보고 욕을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전에 백남준 전을 보는데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백남준의 드로잉을 보고 지나가면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5살 손주한테 그리라고 해도 저거보다 잘 그리겠다. 다 이름값이야~"

글쎄요~ 백남준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가 대충 그린 드로잉이 버젓이 작품이 되어, 우리가 '오~' 하며 감상하는 걸까요? 전혀 아닐 수는 없겠지요! 그의 예술과 이름이 유명하니 유작으로 남은 자질구레한 모든 것들이 예술로 승화된 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의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고 감상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평가와 감상이 될 거라 보아요!


저의 시는 모든 이들이 읽기에 척 이해가 되는 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풀이를 조금 올리는 것이랍니다. '해석해 주면 재미없는데~'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더 흥미를 떨어뜨린다 생각하기에 가미하는 것이니 좋은 쪽으로 봐주시길 바랄게요~^^




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제목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요즘은 낮인지 밤인지 구분 없이 사람들이 활동하지요. 낮에 자는 사람도 있고 밤에 도무지 불을 끄지 않고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들도 있고요. 도심은 특히나 불야성을 이룬 밤의 문화가 사람들을 들뜨고 피곤하게 하기도 해요.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낮은 낮답게 살고 밤은 밤답게 살았으면 하고요~


하늘이 구름 천막을 두른 날

온 방에 불을 켜자

낮을 밝혀 이마에 매달아 두면 뇌 속에서

아이들 한 무리가 달려 나온다


낮이지만 흐린 날이에요! 낮이 어두운 게 싫은 저는 낮을 환하게 밝히고 싶었답니다.

낮에는 낮임을 잊지 않도록 해요. 낮에는 즐거움과 희망과 열정이 생기는 시간이니까요~ 저 달려 나오는 한 무리의 아이들처럼요!


해가 어스름에 삼켜진다

남김없이 불을 끄자

질박하게 찾아드는 아늑함

어둠 아래 누워있는 무위의 마음 위로

흰 새가 난다


밤이 되고 있어요. 밤이면 불을 켜는 게 으레 당연한 일이지만 밤이 오면 불을 끄자고 하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밤이 참 좋더라고요. 모든 일과가 끝난 밤에는 심신을 다 쉴 수가 있으니 말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우면 세상에 그보다 행복한 시간이 없어요.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또는 한밤중 잠시 눈을 뜨거나 아직 어두운 새벽이 되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강한 영감과 희망을 보아요! 뜨거운 삶에 대한 열정도, 갈등하던 일의 확정도, 결심도 밤 사이에 다 생기더군요! 수많은 영감을 밤에 얻어요! 그래서 밤을 사랑하지요.

낮에는 주변이 시끄러워요. 빛이 있어 모든 사물이 눈에 들어와서 산만한 낮에는 열정을 다해 살아요. 반대로 모든 사물이 어둠에 잠겨 조용한 밤에는 정신을 가다듬고 영혼의 쉼을 가져요. 밤은 영과 육이 충전을 받는 시간이 되지요.

나의 영혼 위에 흰 새가 자유롭게 날개를 펴도록 밤을 밤답게 불을 꺼 주어요. 그러면 나의 새는 마음껏 세상을 날아다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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