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움 Jan 19. 2022

나는 컵입니다

나는 컵입니다_ 일러스트레이션 by 비움


나는 컵입니다

     

아메리카노 진한 갈색 물

향이 날아갈 새라 꼬옥 안고

물살이 흔들릴 새라 

새같이 숨 쉬다     

찰방대는 너의 웃음소리가

구슬처럼 비쳐서 떠돈다    

 

마른 녹차 잎

은사처럼 퍼지는 얇은 물감

몸을 휘감는 맨살의 부드러움

발등 위로 피어나는 여린 손의 따사로움  

   

공기처럼 

살점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너

물결에 

자분자분 흘러가는 너




컵을 의인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컵에는 물이나 차, 또는 커피 등을 담을 수 있어요. 그 컵이 바로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컵은 자신에게 담기는 어떤 물질을 늘 사모해요.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무엇인가를 조심조심 사랑하지만 결코 오래도록 가질 수 없는 것, 소유가 되지 못하는 사람, 관계 등을 생각하며 쓴 시랍니다. 


컵처럼 언제나 똑같은 것을 담을 수 없고, 영원히 소유할 수 없고, 늘 채웠다가 다시 비워내는 삶이 되고,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