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진한 갈색 물
향이 날아갈 새라 꼬옥 안고
물살이 흔들릴 새라
새같이 숨 쉬다
찰방대는 너의 웃음소리가
구슬처럼 비쳐서 떠돈다
마른 녹차 잎
은사처럼 퍼지는 얇은 물감
몸을 휘감는 맨살의 부드러움
발등 위로 피어나는 여린 손의 따사로움
공기처럼
살점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너
물결에
자분자분 흘러가는 너
컵을 의인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컵에는 물이나 차, 또는 커피 등을 담을 수 있어요. 그 컵이 바로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컵은 자신에게 담기는 어떤 물질을 늘 사모해요.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무엇인가를 조심조심 사랑하지만 결코 오래도록 가질 수 없는 것, 소유가 되지 못하는 사람, 관계 등을 생각하며 쓴 시랍니다.
컵처럼 언제나 똑같은 것을 담을 수 없고, 영원히 소유할 수 없고, 늘 채웠다가 다시 비워내는 삶이 되고,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