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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Jan 13. 2022

편하자고 산 물건들이 오히려 불편함을 준다


일을 부르는 전자제품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발명된 각종 전자제품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고 일을 덜어주어 유용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쉬지 못하고 일에 쫓기고 피곤한 삶을 살아간다. 왜 그럴까? 

생활의 편리를 위해 들여놓은 물건들이 오히려 시간을 빼앗고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보통 냉장고를 두 대 이상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반냉장고와 김치냉장고, 필요에 따라 식품 보관용도로 3~4대 있는 집도 있다. 정리수납 컨설팅을 하며 실제로 그런 집을 보았다. 냉장고 크기도 기본 500L이상인 대형이다. 대형냉장고가 여러 대 있어도 모든 냉장고 안은 항상 가득 차 있다. 많은 식품들을 저장해둔 냉장고는 차라리 ‘냉창고’라 해야 옳을 것이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목적은 식품을 신선하고 편리하게 보관하고, 건강한 식단을 마련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식품들을 저장하게 되므로 신선한 것을 먹기보다는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 것들 위주로 요리를 하게 된다. 넣어두고 잊어버리거나 오래되어 상해서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냉장고 안에서 몇 년씩 정체도 모를 식품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터질 듯이 보관한 많은 식품들로 인해 청소는 엄두도 못 낸다. 정리하고 청소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거대한 냉장고 안을 어떻게 비우고 청소해야할지 암담하다. 정리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그냥 닫아버리고 마는 때가 많다. 매번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마음만 무겁고 답답하다. 거기다 그런 냉장고가 두 대 이상이라면 이것이 과연 편리한 물건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어릴 때 직장을 다니며 살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바빠서 식기 세척기를 쓴 적이 있었다. 설거지를 대신해 주니 한결 편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번거롭기만 했다. 그릇에 묻은 음식물을 털어내고 세척기 안에 넣어야 했고, 세척이 다 되면 다시 꺼내서 정리를 해야 해서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때로는 음식 찌꺼기가 깨끗이 제거되지 않아 다시 헹궈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건조가 다 된 그릇을 매번 꺼내고 정리하기가 귀찮아 세척기 안에 그대로 두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사용한 그릇을 다시 설거지를 해야 하므로, 세척기 안 그릇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과정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차라리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게 더 편해서 나중에는 세척기를 아예 쓰지 않게 되었다. 그 후 식기세척기는 단지 물건 올려두는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처음에는 잘 사용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샀다가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물건이 집집마다 한두 개 이상씩은 있을 것이다. 빨래 건조대가 되어 거실과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러닝머신을 비롯한 각종 운동기구, 멋스럽고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시겠다고 구입했지만 몇 번 사용하다 싱크대 선반에 보관해둔 커피머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했던 부엌용품들, 피부와 몸을 위한 마사지기와 안마기 등 이러한 물건들을 과연 얼마나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전자제품이 줄면 편하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불편하거나 귀찮거나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살게 되면 공간만 차지하고 있어서 거치적거리고 불편해진다. 먼지라도 닦아 주어야 하므로 일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들인 돈이 아깝고 언젠가 쓰지 않을까 해서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냉장고가 세 대나 있었다.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 두 대, 그러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냉장고 한 대만 남기고 모두 처분했다. 거기다 현재 쓰는 냉장고는 320L로 작은 냉장고다. 다섯 식구가 사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두 대의 냉장고를 버리니 공간이 넓어져서 좋고 전기세가 줄었다. 냉장고 청소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서 무엇보다 편하다. 냉장고 안에서 상하거나 오래도록 방치돼 있는 식품도 없다. 과하게 장을 보는 일도 없고 먹을 만큼만 사게 된다. 산 식품을 다 먹은 후 장을 보므로 낭비가 거의 없으며, 신선한 식품을 먹게 되어 건강에도 좋다.


전자레인지도 없고 커피포트도 없다. 오븐이나 각종 요리를 편리하게 해 준다는 여러 가지 조리 기구나 도구도 없다. 전자레인지는 수십 년 동반자였고 전자레인지 없이 산다는 것은 꿈도 꿔 본 적이 없었다. 온갖 찬 음식을 데우고 금세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이 편리한 도구가 고맙기까지 했다. 냉동식품들을 빠르게 해동했고, 달걀 프라이도 했으며 심지어 커피 물도 전자레인지에 끓였다. 그러나 전자파가 들어간 음식들이 과연 우리 몸에 좋을까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인스턴트식품을 비닐봉지 째 넣어서 돌려 먹곤 했으므로 환경호르몬 흡수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감히 버리고 나서 불편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데우거나 삶아야 하는 식품들은 간단한 찜기를 이용하고 커피는 작은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끓여 마신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투덜대더니 지금은 군소리가 없다. 오히려 봉지 째 데워 먹는 인스턴트식품들을 덜 먹게 되어서 좋았다.

중복되는 물건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했던 전자제품들까지 버렸지만 불편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다. 오히려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되었고, 그러한 물건들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며 공간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던 물건들을 파악해 보자. 얼마나 자주 편리하게 잘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편하자고 산 물건들이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우리가 누려야할 공간과 시간, 에너지를 빼앗아 간다.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물건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리자. 없어도 결코 불편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들인 비용을 아까워 말고 그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수고로움을 아까워하자.      




인생을 여유롭고 쉽게, 효율적으로 살게 하는 미니멀 라이프!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Part 1. 나는 왜 버리는 것에 실패할까? 중 7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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