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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Feb 03. 2024

<작은일터 이야기>닭꼬치 끼우며 고수의 비법을 훔치다

가게에 도착하면 셧터문을 열고 들어간다. 불을 켜고 앞치마를 하고 출근시간을 입력한다. 미리 도착해 있는 납품 박스를 풀어 날짜를 붙여 물건들을 정리하고, 오늘 쓸 고기와 재료들을 해동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내가 상상했던 대야에 가득한 피 묻은 닭고기를 손질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종류의 꼬치는 다 만들어져 냉동되어 오고 그 외에는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 부위별로 포장되어.오는 닭다리살, 닭 날개, 닭가슴살은 해동 후 손질하여 밑간을 해놓거나 꼬치를 끼운다.

    

그중에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이 가게의 시그니쳐 메뉴인 '도곤조'라는 닭꼬치다.

발라져 있는 닭다리 살을 크게 4 등분해서 그중에 2조각을 대파와 함께 꼬치에 끼우는 것이다.

이걸 40조각으로 20개를 만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뻐근하고 다크서클이 내려앉을 정도다.

살들이 깨끗하게 잘 발라져 오면 그나마 쉬운데, 어떨 때는 그쪽도 초보자의 손길이 느껴진다. 살들을 지저분하게 헤쳐놓았거나 모양이 엉망이다. 그런 건 모양 좋게 썰기도, 꼬치에 끼우기도 쉽지 않다. 낑낑거리며 흐물흐물한 살을 바늘로 꿰매듯이 끼우기도 한다. 그럴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음.. 의사가 사람 살을 꿰맬 때는 이런 느낌이겠구나’ ‘의사가 체력관리를 잘해야 한다더니 정말 그렇겠네, 이런 걸 몇 시간 동안을 해야 하다니..’     


어느 날 요일을 바꿔서 나가니 다른 남자 동료가 나와 있었다. 아카바네라는 젊은 남자인데 그 사람도 6년 차 베테랑이고 정식사원이라고 했다. 이 가게에서는 나와 그 사람 둘이 밑손질 담당이었다.     

“난 도곤조 만드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러자 아까바네상이 대뜸 하는 말,

“난 도곤조 잘 만들어요. 엄청나게 빨라. 다른 것보다 그게 훨씬 쉬워요.” 나는 흠칫 놀랐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진정 자신 있나 보다. 순간 눈이 반짝 빛났다.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음,,,, 글쎄... 다른 한 손으로 꾹 누르면서 해요”     

‘한 손으로 누르면서?’

직접 하는 걸 보니 진짜 한 번에 쑥쑥 끼우며 순식간에 끝내는 것이었다. 왜 저렇게 예쁘게 잘 끼워지지? 보면서도 신기했다.

     

다음 날 나는 알려준 대로 한번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 거야?’

몇 번을 해보면서 아카바네상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아!! 중요한 차이점을 깨달았다. 아까바네상은 말을 안 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알아냈다.

나와는 정반대로 닭 껍질을 위쪽으로 하고 꼬치를 끼우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가지런한 모양으로 꼬치가 쑥쑥 잘 들어가는 거였다, 끼운 모양도 아주 가지런하고 예뻤다.

바로 해보았다.

‘와! 이거다 이거! 정말 손쉽게 쑥쑥 잘 들어가네, 모양도 이쁘고 힘도 안 들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는 시간과 에너지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고수의 비결을 어깨너머 배우며 성장하는 기쁨이 쏠쏠하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응원하며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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