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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Feb 14. 2024

<작은일터 이야기>발바닥이 불타오르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가게에 도착해 보니 그 전날 주문한 물건들이 문 앞에 꽤 많이 쌓여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박스를 홀에 내려놓고 물건들을 꺼내어 날짜를 붙여 냉장고에 넣는다. 오늘 작업할 고기들을 꺼내어 흐르는 물에 해동을 한다. 캄캄한 가운데 주방에 켜진 흐린 노란 불빛이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다. 흐르는 물소리만 졸졸.... 적막하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해동 준비가 끝나면 재료 손질과 밑반찬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날 할 일은 목록에 표시가 되어있다. 양이 많을 때는 시간 내에 해야 하므로 최대한 집중해서 속도를 내야 한다. 한 시간쯤 썰고 끓이고 만들고 하다 보면 홀을 담당하는 여성 동료가 온다. 이곳에서 벌써 6년 정도 일하는 베테랑이다. 음식 레시피와 손질법 등은 태블릿을 보면서 할 수 있다.     


어느 날부턴가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발바닥에서  불이 나듯 뜨겁고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까치발을 섰다 내렸다 , 발을 털어 보고 차보고 발목을 돌려보고 무릎을 굽혀도 보고, 어떻게 해도 증상을 없어지지 않는다. 집에 가서 아이스 팩을 꺼내 냉찜질부터 하기 시작했다. 약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며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해 보았다. 원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나 주방일하는 사람등 많이 서있는 사람이 잘 걸리는 병이라고 했다. 이름은 ‘족저막 근막염’이다.

’힘들어도 참으면서 했더니 역시 무리가 갔구나....‘     


다리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종아리에 눈에 띄게 빨갛고 파란 핏줄이 많이 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헐, 말로만 듣던 정맥류가...’

내 다리가 이렇게 되다니,,.. 종아리는 짧아도 탄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오랫동안 다리의 병으로 근육이 약해진 터라 줄곧 서서 일하는 것이 무리가 갔나 보다.          

마음이 심란했다. 상황을 좀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일단 일하는 시간을 좀 줄이고 출근 요일도 하루 줄이기로 했다.

몇 시간을 쉬지 않고 서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새로운 메뉴가 생기면서 납품의 양도 배로 많아졌다.

커다란 업소용 기름통이 두 개나 떡 하니 문 앞에 놓여 있는 날은 내가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어떡하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열나는 발바닥을 냉찜질하고 약을 바르며 충분히 쉬었다. 급여는 줄지만 몸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발바닥 통증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종아리의 빨강파랑 핏줄은 문신 새겨진 듯 없어지지 않는다.

속상하다. 어쩌랴, 훈장이려니 생각해야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얼떨떨하게도 납품박스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었다.

업체 쪽에서 앞으로는 물건들을 홀까지 내려다 준다고 했다.

”어휴, 고맙게도.. 잘됐다. “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출근해서 쌓여있는 납품 박스를 볼 때마다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낀다.

‘아저씨도 힘드실 텐데...’

수고로움을 아는 자의 공감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 아저씨가 가끔 늦게 오실 때는 기꺼이 짐 내리는 것을 돕는다.

아저씨의 무릎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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