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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Feb 11. 2024

하얀 꽃다발

엄마에게


'엄마에게 줄 꽃이야...'


올해 3년째 하얀 꽃다발을 샀다.

무덤덤하게 사들고 걸어오는 듯하더니 갑자기 훅하고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꽃을 정성 들여 화병에 꽂고 엄마 사진과 함께 탁자 위에 놓으니

"아이고 이쁘다"

하고 말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과 목소리가 들린다.


2월이 되면 마음이 좀 그렇다.

2021년 이후로  2월은 슬픈 달이 되었다.

엄마의 기일이 2월 6일이기 때문이다.

내 생일은 음력 2월 4일이다.  

서류상에 그렇게 올라있어 편하게 2월 4일로 생일을 쇠었는데 엄마 기일 전에 생일은 별로 즐겁지가 않아서 양력으로 3월 생일을 쇠기로 했다.


엄마의 기일은 설 되기 조금 전이다.

그래서 2021년 이후부터 설도 왠지 슬프다.

엄마 기일에 제사상이 먼저 차려지고, 그다음 며칠 후에 설차례상이 차려진다. 전통적인 상차림은 아니다.

특히 기일에는 엄마가 살아생전 좋아하셨던 음식들 위주로 놓는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반찬과 과일을 놓고 커피도 놓는다.

어쩌면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라기보다 산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상차림일지도 모른다.


엄마 돌아가실 때 눈이 많이 왔는데, 올해는 일본에도 2월 5일부터 2월 6일까지 눈이 아주 많이 왔다. 일본에는 눈이 일 년에 한 번  오는데 그때가 겹쳤다.

'엄마 생각 많이 하라고 눈도 많이 뿌려주네'

그 동안에는 평상시에 엄마 사진을 꺼내 놓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왠지 올해부터는 사진을 좀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조금씩 엄마의 떠남을 받아들이려는가.

죽음의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 편하게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

엄마에게 내 일상을 조금 얘기해도 될 것 같은 마음으로 바뀌려는가.



엄마의 희생, 또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제대로 보답해 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에 가끔은 가슴이 먹먹하다.

드디어 내가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몇 가지 생겨서 해 드릴 수 있게 됐는데, 맛 뵈드릴 길이 없다.



언젠가 때가 되어 내가 그곳으로 가면  

컴컴한 거실에 크게 이불 펴고 누워,

거실창으로 들어오는 달빛과 야경의 불빛을 조명삼아

아빠의 뒷담화부터 시작해서 동생들 이야기를 거쳐

한밤의 이불체조로 마무리하는,

레퍼토리도, 이야기 순서도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을

매번 재미나게 속닥속닥 키득키득  한참을 수다 떨던 그때처럼

또  한 번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자고요, 엄마


평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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