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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Feb 18. 2024

<작은일터 이야기> 동료 이야기

말 없는 동료  2인


(말없는 동료 1)


오늘은 가끔 만나는 여자 알바생과 시간이 겹쳐져서 잠깐 같이 일할 수 있었다.

그애는 말 수가 매우 적고 목소리도 작다. 말할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일은 은근히 조곤조곤 신속하게 잘한다. 일하는 매듬새도 깔끔하다.

말없이 사부작사부작 일을 잘하는 게 꽤 귀여워 보인다.

(일을 잘하니까 말없는 것도 귀여워보이지, 만약에 일을 못하는데 말이 없다면. . 흐흐)


심지어는  내가

"너무 조용해서 귀엽네"

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져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에구,민망해라..


몆 번 시간이 겹치다보니 내 쪽에서 말을 점점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난 아줌마 아닌가.  


"아침에 자주 나왔으면 좋겠네요."

". . ." (희미한 웃음과 어깨 움찔- 기분나쁘지 않음 )


"학생이예요? "

"네" (작은 소리)


"무슨 공부해요?"

"소학교 교사되는 공부요."


"오. ,공부 어렵지요? "

"네" (희미한 웃음)


"내 딸이 4학년인데. . "

"네. . "


"4학년 여자애. . .아주 무서워요"

"풉~ (어깨 좀 크게 움찔)"


'와! 내가 저 애를 웃겼다! 저 정도면 빵 터진건데!'


"매일 나오세요."

". . . ." (희미한 웃음 + 어깨 움찔 = 기분 좋음)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만나서 흥미롭다.  

왠지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아이다.




(말없는 동료 2)


내가 두번째 일을 시작했을때 처음 만났던 사람은 다카노상이다.

안경을 썼고 퉁퉁하면서 키가 좀 크고 말이 거의 없고 목소리는 낮다.

나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 오히려 표정이 풍부할수 있다는 것을 그에게서 배웠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눈빛이 아주 따뜻하고 음성조차 부드럽다.

그런데 의외로 불만이 있을때의 표정은 아주 정반대로 노골적이다.

살짝 비뚤어진 입과 입옆에 주름이

'나 너에게 말은 못하지만, 너 맘에 안들어'

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다양하고 섬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여러가지 감정들이 미묘하게 표현이 되고 있었다.


먼저 알아서 가르쳐주는 일도 거의 없거니와 물어보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대답하는 태도가 기분에 따라 다르다.


손님이 오면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다카노상은 바닥까지 깔은 아주 낮은 소리로 "~세" 만한다.

우리 나라로치면 "~요"만 하는것처럼.


"~세"  "~세"


이 일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은 가게 오픈하기 전에 취사하기와 프라이어 전원켜서 기름데우기이다.

기계에 쌀을 씻어서 가스로 밥하는 큰 솥에 옮긴다. 바로 취사버튼누르면 밥이 딱딱해서 맛이없다.

그래서 십분이라도 불려서 한다는게 그만 다카노상과 부딪치게 되었다.


몇번인가 내가 취사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카노상이 출근하자 마자  와서 보고 누르더니,

어느 날인가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밥 누르는 거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았어요. 누르려고 했어요"

"밥되는데 35분 걸립니다. 8시20분에는 눌러야 합니다!"


'그럼 늦어도 20분에는 누르라고 미리 말을 해주면 명확하잖아.

왜 말을 안하고 있다가 버럭버럭 성질을 내고 그래'


". . . . 알겠습니다"


서로 말을 안하니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내 쪽으로 그릇을 넘겨주는 소리가 '탁, 탁' 미묘하게 거칠어 졌다.


(다음편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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