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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Feb 18. 2024

봄 처녀 제오시네.


한 차례 눈이 오더니 이제는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날씨가 완연하게 따뜻해졌고, 햇살이 더욱 따가워 졌다.

이젠 더 이상 추워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일본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에 대지 못한다.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좀처럼 없기 때문에,  한국의 매섭고 살을 에이는 듯한 날씨는 경험하기 힘들다.

한국을 떠난지 십년이 넘어서 요즘의 한국의 겨울날씨는 어떤지 잘 가늠이 가진 않는다.

이렇게 겨울이 가고 또 새 봄이 오는구나

나도 은연중에 봄이 오는게 좋은지 봄 노래를 흥얼거린다.

'봄처~녀 제~~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 니나니나니나 니나니나 버들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 가곡의 노래말은 참 아름답다.

그야말로 시에 곡을 붙인 노래이다.

예전에는 가요들도 노랫말이 참 좋았는데 요즘 노래는 감정 격하게 쏟아내는 가사가 많은 것 같아서 듣기 불편할 때도 있다.



봄이 오면 올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아이도 한 학년 올라갈 것이고 나도 아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올해에 하고자 했던 것들은 뭔가라도 싹이 틀 기미가 보여야 할 것이고,

겨우내 골똘히 생각했던 계획들이 찬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도록  잘 챙겨봐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봄이 오면

' 아  추운 겨울이 드디어 끝났다' 라고 마냥 아무생각 없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머리끈 매고, 운동화끈 질끈 묶고,

올해 경기장의  달리기 출발선에 선 것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준비 ~ 땅!'

하면 힘차게 달려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도, 부담스러움도, 설레임도 있다.


'작년에도 잘 했어. 올해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판단, 나의 통찰력, 나의 직감, 나의 인내심이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는 걸 느끼며 나이듬의 위로를 받는다.


'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게 나쁘지 않아. 꽤 괜찮을 때도 있어'라고 내가 나에게 말하고 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작게나마 싹튼 것이다.

이걸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나를 밝히는 작은 반짝임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그동안 혹독한 겨울같았던 내 마음의 얼음장을 녹이고

봄처럼  따뜻한 생명의 기운이 넘쳐 흘러나길 바래본다.


(사진: 일본에서는 3월 1일을 '히나마쯔리'라고 해서 여자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을 바라고 액을 막는다는 의미로 인형을 장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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