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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Mar 08. 2024

<작은일터 이야기> - 먹을 복

돈카츠 오무라이스 카레





엄마가 살아 생전에는 나보고 '먹을복' 있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뭐 맛있는 게 들어오면 내가 오거나 혹은 내가 먹거나 한다는 말을 하며 웃으셨던 생각이 난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여름에 한국에 들어갔을때 엄마는 그때도 웃으며 그런 말을 하셨다.


"아이고. 얘는 진짜 먹을복이 있어.  마침 어제 외삼촌이 좋은 생강을 직접 말려서 갈은 걸 가져왔는데  딱 가져가면 되겠네. 임자가 따로있다니깐"

엄마가 나에게 말해준 마지막 '먹을복' 이야기다.


엊그제 오전일을 끝내고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막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뒤에서 동료가 손님에게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라고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다른 여자동료가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왔다.

나에게 식권을 보여주며

"손님이 주문한것과 다르게 만들었는데 , 혹시 먹을래요?"


'야호. 돈까츠 카레다~~~!'

바로 대답했다.

"네, 먹을래요!"

여자애는 웃으면서 나가더니  밥과 카레 위에 계란스크램블과 돈카츠를 얹은 커다란 흰접시를 쟁반에 얹어 가지고.왔다.

눈이 동그래지고 엔돌핀이 용솟음쳤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유니폼을 입은채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사실 돈카츠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먹으면 맛있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양이 꽤 많았다.

밥을 '대'로 잘못 만든 거였다.

'후우,, 잘 먹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좀 남겼어요. 미안해요'

서로 보고 눈웃음을 지었다.

뜻하지 않게  점심이 풍족하게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번이 두번째다. 저번에도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도시락 용기에 담긴 돈카츠 계란 덮밥을 보여주며  

"이거 잘못 만들었는데 가지고 가서 먹을래요? "

해서 그때도 고맙게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의도하지 않게 딱 내가 퇴근할때 두번이나 잘못 만든 음식으로 내 배가 덕을 봤다.


아마도 엄마가 말하던 그 '먹을 복'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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