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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Apr 15. 2024

<작은일터 이야기> 손님 이야기


오늘은 내가 일하는 곳에서의 손님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난  언제나 같은 시간인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월, 화, 수, 목, 금 평일 2시간씩 해온지가 벌써 1년이 됐다.

9시부터 가게의 오픈이므로 손님들을 대하는 시간은 1시간 정도이다.


나는 유니폼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있으니 밖에 나가면 나를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은 우리 동네라서 그렇게 다 가릴수 있는게 좋아서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시간대에 자주 방문하는 손님들을 너무나 잘 안다.

동네에서 다니다가 보는 사람들도 꽤 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나만 알고 지나간다.

9시가 땡하면 손님이 들어와서 식권 판매기에서 티켓을 사는데, 죽 줄을 늘어서기도 한다.

아침에 손님들이 밀려들어와 바쁠때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거기에 더해  '찌링찌링' 하고 배달 주문이 들어올 때면 정신이 없다.


손님들의 거의 90% 이상이 남자이고, 할아버지들도 꽤 많다.

내가 기억하는 거의 매일 오시는 할아버지도 몇명이나 된다.

거의 매일 출근도장 찍는 젊은이, 중년 남성들도 있다.

옷을 보면 알수 있는 택배 아저씨들도 온다.

이곳은 저렴하게 밥을 많이먹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왜냐면 밥이 大가 무료에다가 밥과 미소 된장국의 리필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밥 대자는 우동그릇사이즈)

꽤 위가 큰 아저씨들도 몇분 종종 오시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분들은 모두 말랐다.

기본이 밥 大 3번에다가 그 위에 일반 공기 밥까지 총 4공기를 드시는 손님도 있다.

이 손님은 밥위에 맛소금을 막 뿌려서 드시는데 솔직히 말하면 메뉴도 가장 싼 메뉴를 골라서 드시기 때문에 가게 입장에서는 적자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런 손님, 저런 손님도 있는 것을...

개인 가게 같으면 아마 이렇게까진 못드셨을 것 같다. (미안해서)

매일같이 와서 드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혼자 사시는것 같다.

그래도 매일 규칙적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드시는 걸 보니 건강해 보인다.


매너가 좋은 손님들도 있다.

특히  반환구에 놓인 쟁반을 보면 어떤 손님인지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항상 아침에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안경 쓴 손님이다.

운동 후에 샤워를 하고 왔는지 개운한 얼굴이다. 머리숱은 별로 없지만 스프레이로 힘주어 언제나 깔끔하게 세운다. 원래 깔끔한 성격처럼 보인다.

반환된 쟁반위에 쓰레기는 깨끗하게  한쪽 귀퉁이에 최소화해서 모아 놓고, 접시는 잔반도 없이 큰 그릇부터 작은 용기까지 차례대로 탑을 쌓아서 가지런히놓았다.

완전한 10층 그릇탑이다.

이걸 보고 한 번 웃고는 살짝 피곤함이 가신다.


한 어르신은 메뉴중에 제공되는 김을 안드셔서 늘 신경질적으로 빼놓고 가져가곤 했는데 내가 그걸 기억했다가 미리 빼놨더니 기분좋게 엄지 척 하고 가신다. 그 뒤로는 메뉴를 가져갈 땐 언제나 장난끼 어린 눈빛으로 빙긋이 웃고 가곤한다.


황금미소와 부드러운 음성으로 너무나 정중하게 미소된장국 리필을 부탁하는 젊은 남자.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음. . 뭔가 작업을 하는듯한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온 적이있는데 . .왠지 아트의 향기가 난다.


돈카츠를 시켜서 홀랑 껍데기를 벗겨남기고 고기만 먹은 손님.

건데기가 많은 '돈지루' 라는 미소국을 시켰는데, 건데기는 다 남기고 국물만 쪽 빨아먹은 손님.

계란 덮밥이 맛있었는지 며칠 연이어 오더니 다른 외국 친구들까지 데리고 와서 먹던 금발의 멋쟁이 외국 총각.


난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때는 '손님'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냥 막연하게 이유없는 공포심이었다. 매일 맞이하는 이 반가운 손님들 덕분에 그 두려움을 어느정도 극복하게 되었고 이제는 손님들을 다정하게 맞이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일은 일 이상이다. 이렇게 나를 두려움에서 꺼내주어 사회와 친구가 될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남이 좋다고 하는일도 좋지만,

역시 내가 할 만한 일이면서 재미를 느끼는 일, 또 내가 성장함을 느끼는 일이  좋은 일인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그 일이 무슨 일이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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