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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May 12. 2024

바람부는 오월

<오늘 하루 어땠나요>



5월인데도 왜 이리 으슬으슬 한기가 도는가?

햇빛은 너무 따가운데 아침과 저녁을 으슬으슬해서 보일러를 켠다.

오늘은 바람이 산란하게 분다.

나는 바람부는 날씨가 제일 싫다.

비오는 날보다 더 싫다.

정신없이 바람에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이

내 눈과 얼굴에서 산란하게 광녀춤을 출때면

내 정신도 그리 되는 것 같아서 싫다.


작년 5월 중순에도 추웠나?

벗꽃이 필 때 추운 것은 기억하는데..

내년에는 기억하자. 5월까지 춥다 덥다 한다고.

한국은 지금 날씨가 어떨까.

5월이면 따뜻하고 좋은 날씨일거 같은데

실상은 바람불고 비오고 햇빛은 따갑다.

왠지 심통난 내 마음 같다.



딸내미의 버릇없는 태도에 열받아서 열식히러 밖으로 나와서 산책하는 중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걸으면서 받다가 아빠의 말이 길어지길래 바람부는 공원에 앉아  30분도 넘게 통화를 했다.

보통은 그렇게 오래 안하시는데 오늘은 수다떨고 싶은 날이었다 보다.


동네에 무슨 잔치가 있어서 갔는데 ‘사모님은 잘 계시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한국에는 언제오냐, 애는 잘크냐,남편은 잘있냐,일본가수가 가왕에 나왔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음반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가진 큰 스피커를 팔라고 전문점에서 연락이 오는데 알아보니 비싸게 팔수 있단다, 애들한테 미역국을 끓여줬더니 애들이 맛있다고 싸가더라,세째딸이 다 챙겨주고 잘한다, 노인 일자리 신청했는데 70만원준단다, 대기자로 올라있는데 올해 안되면 내년에는 일순위다...

오늘따라 아빠의 수다는 조곤조곤 끊이지 않는다.

간만에 나도 좀 여유가 있을때라 다행이다. 그동안 아빠 전화를 몇 번이나 받지 못했다.

내가 워낙 그런줄 아시니 섭섭해 하지도 않는다.


난 엄마 전화도 많이 못받았다.

답답한 엄마는 동생들에게 연락했다. 동생들은 ‘엄마가 걱정하니까 전화좀 받어’라고 나에게 연락을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하면 엄마는 반색을 하다못해 약간 축축해진 목소리로


“길게 전화 안해도 되니까, 이렇게 잘 있다고 목소리 잠깐 들으면 되니까 가끔 전화 좀 해줘, 딸!”


엄마 미안해요.

오늘 아빠도 그러시더라.

있을 때 잘 해야지, 지금 이러면 뭐해.

엄마 난 괜찮아요. 그리고 앞으로 더 괜찮아 질거야.

걱정말고 엄마도 거기서 편히 잘지내요.

엄마는 이제 휴식타임이니까.


바람이 곱게 안불고 산란하게 부니 내 마음도 오늘 좀 흩어졌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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