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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Jul 27. 2023

맨발걷기- 집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방법

#결혼 #출산 #집 #운동 #아이스하키 #고독사 #우울증 #자살 #해독

나는 집이 없다. 아들 운동시키느라 꼬딱지만한 집을 팔아서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아이 '운동 시킨 것'이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나와 신랑이 컴퓨터 앞에서 밤새며 일하다 골병 들었기 때문에 아이가 '몸으로 움직이는 직업'을 갖기 바랬다. 목수나 요리사 등 생각했는데 어느날 아이가 '아이스하키'를 하겠다고 했을때 '뜨아~' 했다. 남편이 적극 나서서 매니저 역할을 했다. 혼신을 다해 아들  레슨과 필요한 장비를 대고 앞날을 계획했다. 아들이 박찬호, 박세리처럼 성공해서 미국 진출까지 생각하니 '마약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이스하키라는 운동의 신세계에 빠졌다. 지금은 축구를 보면 적어도 골문 앞에 있는게 '공격수'라는 것도 알게 됐다. 지나고 보니 가족이 하나가 돼서 똘똘 뭉쳐 다녔다. 그때가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신나고 즐거웠다.


그런데 아들 가진 입장에서 '집이 없으면 장가가기 어렵다'에 직면 했다. 그러자 남편이 묘안을 냈다. 아이가 자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 준 말이 '장가가서 아이 낳고 기르면 정말 좋단다'이다. 엄마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 '너를 낳아 기른 것'이라고 말해 준다. 뒷바라지 하느라 힘들었지만 내가 포토샵을 잘 다루는 것 보다 경력이 단절되고, 볼품없는 아줌마로 전락하고, 젖 먹이느라 가슴이 쳐졌지만 '생명을 낳아 기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고 세상과 하나님을 가장 깊게 만난 계기가 됐다. 


맨발 걸을 때 만나는 진순이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황당한 묘안일 수도 있다. 까치가 짝을 지어 집을 지을 때 함께 짓는다. 신혼 까치들은 경험이 부족해 실패를 거듭한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비바람에 견디며 부실 공사를 하면 안된다. 내가 결혼할 때 '신랑하고 힘을 합쳐 단칸방에서 시작해 전세로 옮기고 집을 사야지' 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시부모님이 '전세집'을 마련해 주셨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난하게 사는데 '집 값이 비싸' 부자처럼 보인다고 한다. 출산률이 절벽이라 집이 남아 돌 것이 뻔한데 언제쯤 떨어질까. 


남편이 어느날 스무살 넘은 아들을 불러 놓고


"네가 스물 다섯에 결혼하면 '집 없이' 결혼해도 괜찮아. 아직 어리니까 집 없이 결혼하는게 당연하지. 하지만 서른이 넘으면 '집 없이' 결혼할 수 없어. 남자가 집이 있어야 결혼하지"


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둘이나 있는 선배에게 이 얘기를 들려 줬다. 선배 아들이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이 얘기를 들려줬더니 '괜찮은 솔루션!'이라고 좋아했다는 것이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희망 사항이지만 젊은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늦춰 놓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부부가 서로 도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은 꽤 진지하게 받아 드렸다. 스물 다섯이 가까워 오는데 '여자 친구'와는 헤어진 모양이다. 옛날에 자연스러웠던 것이 지금은 '장려를 독려'해야 하는 일이 됐다.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홀로 '나와 오빠'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하셨다고 했다. 나는 체감이 없지만 엄마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정신적인 의지를 하고 대화할 반려자가 없이 '홀로 책임져야 하는 무게'가 마음의 병을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집에 있으면 '위험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서 창문하나 제대로 열어 놓지 못한다. 남편이나 아들이 있으면 문도 안 닫고 편하게 다닌다. 나만 그럴 것 같지 않다. 본능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누구보다 여자 입장에서 남자가 필요하다. 병 뚜껑을 열어주기 바라는 것이 '여자'이고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것이 '남자'라고 한다. 


오빠가 결혼도 못하고 떠난 것을 보며 독고사, 고독사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나의 생명은 '남에게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기를 놓친 오빠가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해독'을 하지 못한 게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싸우지만, 남녀가 다투지만 서로 의지하며 고귀한 생명체로 바라본다면 하는 행동이 꼴 사나운게 아니라 조금 귀엽고 재미있다. 철들지 않고 어린이 같고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 놓을지라도 여자를 지켜주고 책임지는 마음을 북돋으며 반려견 보살핀다 생각하고 서로 보듬어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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