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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달린 바람

#고양이 #길냥이 #대장동 #씨유

by 가쇼

수수께끼


자산을 축적 하거나

빚을 지거나

음식물을 저장 하거나

건강을 위해 단련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지 않기에

꿀릴 게 없는

노숙냥


20250511_204155.png 대장동 씨유에서 만난 길냥이



예전에 살던 대장동 시골 동네에 씨유가 들어섰다. 나무 아래 작은 쉼터가 있어서 바나나우유, 과자 등을 사서 까먹으면 여름에는 모기, 겨울에는 연탄 난로를 가까이 하고 있는다. 그러면 어디선가 '니야옹'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는다.


집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데 나보다 만족해 보이는 표정, 누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게로 들어가 4,500원짜리 참치캔을 사서 조심스럽게 공납한다. 고마워 하는 눈치, 염치도 없이 눈을 깜박이며 캔 내부의 작은 기름 한 방울까지 먹고 제 몸을 핥다가 어디론가 가버린다.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어디든 떠나고 쉴 수 있는 자유는 평생 일만하던 인간이 은퇴후 간신히 흉내나 낼 수 있을까. 때가 되면 죽는게 너나 나나 마찬가지인데 한쪽은 악다구니를 쓰고 한쪽은 제 시간 자신을 위해 쓰고 있다.


아마도 내가 몰랐던 털 달린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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