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멀리 여행 다니는 사주는?

사주명리로 풀어보는 오행의 비밀

by 가쇼

작년 10월, 중국 윈난성 리장으로 자유 여행을 다녀왔다. 스타렉스급 차량을 렌트해 남자 3명, 여자 4명, 가이드 부부 2명해서 아홉이 모였다.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 여행은 낯선 곳에서 종일 붙어 있다보면 말도 안되는 일로 꼴보기 싫고 얼굴을 붉히게 된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곤다든지, 화장실을 오랫동안 점령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방적이거나 하면 즐겁자고 떠난 여행이 불편해지고 가까웠던 사이도 멀어진다. 그래서 더욱 동행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합이 중요하다.


KakaoTalk_20241130_225544772_01.jpg 윈난성 3대 숲 석림에서 귀욤뽀짝


몇 해전 중국 만주로 역사 답사를 다닐 때 중앙일보 칼럼을 연재했던 모 대학 교수가 합류했다. 인자한 모습과 달리 호텔 여종업원들을 놀래키고 담장을 넘으며 과잉 행동을 보여 다음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제외 됐다.


한번은 같은 방을 썼던 사람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쿠아 운동을 해서 내가 씻을 시간이 부족했다. 덥다고 밤새 에어컨을 켜놓고 이불을 뒤집어 쓰며 끄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떠나기 전, 동행자들 사주로 합을 봤다. 큰 다툼과 이견이 없을 것 같았다. '물'과 '금' 기운만 모였는데 한쪽은 예민하고 다른쪽은 둔감했다. 멀리 돌아 다니는 유형은 '물' 기운이 많다. 지인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했다. 생년월일에 나와 있다.


사람이 태어난 '년도와 월, 일,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어떤 일이 적합한지, 죽는 시기까지 나와 있다. 선조들은 어떤 근거로 규정을 했을까. 비밀은 '목성'과 관련 있다.


중국은 새해 인사를 '신니엔콰이럴'라고 해서 '새해 즐거우세요~'라고 한다. 우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복(福)'은 단순한 행운이 아닌 목성을 상징한다. 그 빛을 많이 받으라는 뜻인데 '복성'으로 불렀다.



KakaoTalk_20241130_225709531_13.jpg 해발 5천미터 운남성 옥룡설산


목성은 12년에 한 번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별이 지구를 돌 때 가깝게 인접한 지역은 만복이 깃들었다. 전쟁과 갈등이 줄고, 삶이 윤택해졌다. 그것을 안 고대인들은 목성의 주기를 년도와 월과 일, 시간으로 나누고 쪼개서 '문자화'해 '사주팔자'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요일을 '오행(五行: 목화토금수)으로 부르는 방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은 요일을 '씽치 리, 씽치 알, 씽치 산'처럼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 이렇게 부른다.


동반자들을 요일로 대비하면 '수요일' 3명과 '금요일' 5명, '목요일' 1명이다. '수요일'은 물이고 '금'은 광물자원이다. 유독 '수'와 '금' 기운들이 모였을까?


'수' 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밝고 긍정적이며 주체적인 '양'과 부정적이지만 민첩하고 세심한 '음'이 있다. 흔히 '엉덩이 가벼운' 사람들은 '음의 기운'일 확률이 높다. 둔하고 행동이 느리며 밝은 사람들은 '양의 기운'일 가능성이 높다.


일행중 남자 셋은 '음의 물'이다. 여자 셋은 '양의 금'이다. 남자지면 여성적이고 여자지만 남성적인 성향이다. 우리는 좋은 물을 '암반수'라고 한다. 몸에 이로운 물은 '암석'이 정화시켜 준다는 통념이 있다. 지하 깊숙한 암반은 수원 역할을 해준다. 물은 '금'이 없으면 고갈된다.


음의 물과 양의 금이 합을 이뤘다. 유일하게 '목 기운'의 남자 가이드는 '양의 금'인 부인과 찰떡 궁합이다. 얼굴만 봐도 좋은 사이다. 예뻐 죽는다. '양의 금'은 '음의 물'과 '음의 목'의 다리 역할을 한다. 아구가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스타렉스 차 한대에 캐리어 짐을 실고 6시간 이상을 달리다 보면 맨 뒷 자석에 앉은 사람들이 힘들다. 의자는 낮고 좁아 다리 뻗기가 어렵고 답답하다. 이 자리에 붙박이로 앉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양의 금'이었다. 말없이 자리 지키며 '힘들다, 괴롭다' 별 불평없이 이동했다. 그 옆자리에 앉았던 '음의 물'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힘들다', '답답하다' 토로했다.


KakaoTalk_20241130_230603808_02.jpg 남북으로 길이 약 42.6 km, 동서로 약 8 km 얼하이 호수에서


음의 물은 명리학 용어로 '계수(癸水)'라고 한다. 광해군의 권력 다툼을 기록한 '계축일기(癸丑日記)'처럼 시간을 뜻하는 용어외에 일상어로 쓰지 않는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생활 언어에 '계(癸)'가 포함된 단어가 없다.


'계(癸)'는 하늘의 뜻을 여기저기 옮기는 걸 말한다. 하늘(天)의 뜻이 발(癶)에 의해 흩어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지의 명을 받고 달리고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이동하는 존재를 말한다. 하늘의 명은 생명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 그 성질은 한습하다. 새 생명이 자라고 크려면 '습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계(癸)'는 '모성애, 자비심, 자애심, 붙임성'이 있다. 물상적으로 표현하면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과도 같다. 북쪽을 뜻하기도 하고 오색으로 따지면 '검은색'이다. 사방으로 흩어져 생명을 키워 '종교시설'이나 '복지재단'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양의 금은 '경금(庚金)'이라고 한다. '경(庚)'은 별자리로 '금성(태백성)'을 뜻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며 건내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금(金)'은 노란빛의 황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다이아몬드'이다. ‘서쪽 방향', '가을에 만물이 단단하게 여무는 모습', '경험 많을 경'을 뜻한다. '곡식'과 '결실'을 상징한다. 사주에 '경(庚)'이 있으면 박사 학위를 따거나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전환점', '사건 변화의 기준점', '새로운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


guide.jpg 가이드 부부는 '을목과 경금'의 합으로 서로 예뻐하는 사이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나누는 삶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서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고, 때로는 자신의 욕구를 내려놓을 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에 도전해 보고 사소한 행동에 웃게 된다.


다음에 또 오자고 결의했던 리장 여행이 먹고 노는 행로라 별 문제 없이 평화로웠지만, 수와 금 기운의 배합이 90%를 했다고 본다. 서로 부족하고 넘치는 기운이 맞물려 모이고 어울리다 보면 혼자서는 만끽할 수 없는 신명을 만난다.



trip.jpg 운남성 리장은 1년을 두고 살고 싶은 곳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랜만에 들어보는 낯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