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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Sep 07. 2022

옥상 금덕이 #2

국민의식에 대하여 #복지 #기초생활수급 #세모녀 #제정구 #사회복지학과

이른 새벽 눈이 떠졌다. 창문 밖으로 비가 오는지, 날이 흐린지 확인했다. 날씨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일기 예보는 안본다. 비가 오면 맞고 아님 말구. 빨래를 돌리고 옥상 금덕이한테 갔다. 새싹 같은 바람이 소심하게 불었다. 하늘은 지문 하나 없다. 구름 낀 날은 청소기로 빨아 들이고 싶었는데 어제 우르르 몰려 다니던 그 허연 것들 어디로 갔냐. 하늘색 1도만 쓴 인쇄물 같다. 시집 올 때 해왔던 목화솜 이불을 널었다. 커피물 같은 애기 오줌 자국이 남아 있다. 소독 중에 으뜸은 햇볕 빨래라고 솜을 틀며 20년째 쓰고 있다. 내 인기척에 옆 집 옥상 발발이가 앞발을 들었다 놨다하며 컹컹 짖는다. 


수원에 사는 세 모녀가 죽었다. 오랫동안 방치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사람 몸은 대부분 물이라서 부패가 되면 흐물거리고 눈동자만 떠 있다고 하는 어느 유품 정리사 말이 떠올랐다. 이웃들도 몰랐다고 했다. 왜 몰랐을까?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몰랐다고 했다. 그들은 세상과 멀어져 복지 사각지대에 막힌 세 모녀의 삶이라고 했다. 엄마는 암이고 두 딸은 난치병이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신청하면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생계, 의료 급여가 나가는데 이들이 신청을 하지 않았죠. 복지 수급이나 빈곤 계층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복지 수급을 하는 것이 부정적이고 창피한 것이고 이런 시각이 우리 국민들에게 다 있고... 적극적으로 이런 것을 신청하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속적인 사각 지대에 있고 그러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세모녀가 죽기 직전 창피해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무슨 말을 들은게 있는지 여쭙고 싶었다. 통신비, 수도, 전기가 끊기고 난방이 중단될 때 관할 지자체가 조사하고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없는지. 재난 대피훈련 하듯 개연성이 높은 곳들을 방문해 서비스 신청을 작성해 주는 구상을 할 수 없는지 그런일 하라고 나라 녹봉 받는 게 아닌지 컹컹 짖고 싶었다. 


며칠전 '노가다 칸타빌레'에서 읽은 제정구 선생님의 말씀을 복기하며 반가운 꼬리를 쳐본다. 


"우리들의 삶은 서로에게 짐이 되면서 사는 삶이다. 가난한 자와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가. 가난한 자라면 구름 낀 볕 마저도 쬐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선하고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또한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삶과 생명을 같이 나누면서 섞여 사는 것을 뜻한다. 같이 의논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면서 사는 삶이다. 서로서로가 착한 이웃인 동시에 귀찮은 이웃이 되는 것이며 서로의 삶에 짐으로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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