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브랜딩과 퍼스널 브랜딩 과점으로 본 "환불 원정대"의 음중 무대
"퍼스널 브랜딩을 가장 잘 한 사람은?" 이란
질문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나오던 이효리,
춤, 연기 안 배우고 저렇게 하다니 천재라고 생각한 엄정화,
한국말 못 하는 것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제시,
무심한 당당함의 최고봉 화사.
나도 환불 원정대에 열광했다.
비나 이효리 등의 가수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아련한 나의 20대를 기억하게 해주는 싹3와는 다르게 "환불 원정대"는 멤버 4명의 현재의 삶과 미래가 궁금했던 project 였다.
그리고 그들의 음중 무대를 보았다.
아............!
이게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가지고 결국 만든 것이 저 무대인가?
최고급 한우를 갈아 매운 닭발 양념으로 쓴 것 같은 무대.
아쉬웠다.
그리고, 그들이 왜 이 정도로 아쉬운 무대를 만들었는지도 가늠이 되었다.
내가 personal branding을 할 때 이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말했던 공식을 그들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이다.
아직 사람들은 제품의 존재를 모르고 , 당연하게 제품은 영혼이 없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만드는 사람 자신의 영혼과 생각으로 브랜딩을 할 수가 있다.
뭐라 해도 결국 브랜딩은 돈을 (오래, 많이) 벌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니 제품이 많이 팔리기 위해 고민한다.
요즘 시장에서 뭐가 잘 팔릴까? 어떻게 만들어야 소비자들이 좋아할까? 등을 분석한 후
그 전략에 맞게 제품을 만든다.
제품은 말이 없다.
말을 할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아이돌 런칭할때도 이렇게 한다.
대중은 아이돌 멤버를 모르고, 아이돌도 "난 이런 사람이에요"를 말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상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자신의 컨셉
" 고등학생 느낌의 여자 친구 같은 느낌"
을 만든 후 그 외모에 맞는 연습생을 뽑고, 의상도 그렇게 만들고 음악도 그 느낌대로 간다. 물론, Naming 도 컨셉에 맞게 만든다. 그 연습생들이 아무리 터프한 사람이라도, 기획사에서 빼낸 컨셉으로 의도적인 이미지만을 강요하며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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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시장이 크고, 비전이 좋은 컨셉이라도 내가 싫으면, 할 수 없다면, 기분이 나쁘다면 그 컨셉과 브랜딩은 그 사람의 브랜딩으로써의 가치가 없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할 때는 (시장분석을 먼저 하는 제품 브랜딩과 다르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잘하는 것은? 잘 아는 것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떤 것을 인정해주길 바라는가?
10년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 등의 질문을 한다.
"환불 원정대"는 이미 어느 정도의 퍼스널 브랜딩이 된 상태의 멤버를 상대로 새로운 브랜딩을 하려 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기존 브랜딩 컨셉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상위 브랜딩을 하는 방식을 취했어야 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상담을 하는 상담사가 있다고 하자. - 현재 외도를 들키지 않게 하면서 가정을 지키고 싶어요.라고 고객이 찾아 온다고 한들 내가 바람피우는 사람들을 옹호해 줄 마음이 없다면 그 고객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신박 기획은 전형적으로 (무명의 걸그룹 만드는) 제품 브랜딩 프로세스를 따랐지만,
그래서 삐걱거린 것이다.
" 환불 원정대" 라 했지만, 4명 모두 환불은... 잘 못해.. 나 그런 말 잘 못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까지는 예능이니까.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무대 위의 이미지는 다들 쎘으니.
그들의 인생을 보건대 그들이 환불했던 것은
"30살은 댄스가수 못해. 야하게 입지 마라. 못생겨서 가수 못해" 등의 기존 개념들이 아니었을까?
만약 "환불 원정대"란 이름을 계속 쓰고 싶었다면
라는 콘셉트의 확장을 했다면 어땠을까?
단순히 나도 평화가 좋은데 건드리지 마라. 정도로 소비될만한 사람들이었던가.
음악은 내가 좋아하니 일단 패스. 여기에 엄정화의 개인적인 strorytelling이 들어가 있어 감동까지.
안무를 제작하는 방식 자체가 product branding 관점이다.
시간이 많은 연습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매력은 없애고 하나의 통일된 콘셉트를 위해 하루 10시간씩 연습해 만드는 안무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안무가가 자신이 춤추고 싶고 자신이 만들고 싶던 안무를 만든 듯한 느낌이다. (안무가로서 가수의 퍼포먼스 아웃풋을 계산하는 숙련도가 없어 아쉽다)
어디에도 4명이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던 안무적인 개성이 없다. 또한, 그들의 전제조건 (엄정화 - 춤을 배워본 적이 없다. / 데뷔까지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다. / 이미 댄스가수로써의 이미지들이 쌓여있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무가들이 직접 춘 버전은 멋있고, 결론적으로 환불 원정대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다른 안무가 버전이 떡상 중이다. 나도 그 안무가 훨씬 더 매력을 높여준다고 본다)
[실제로 브랜딩을 할 때 이런 경우가 있기도 하다. -
나는 동네 슈퍼에서 튀는 디자인과 한눈에 딱 보이는 이름, 비싸지 않아 보이면서 맛있어 보이는 씨즐(음식 사진) 필요한데 디자이너님께서 그 상황을 모르고 "예술 작품"을 가져온다. 라벨은... 세련되고... 이쁘지만 난 0.1초 만에 싸고 맛있어 보이는 선명한 디자인이 필요해요.
그러니 글자를 더 크고 선명하게.라고 말하면 디자이너는 "네가 디자인을 알아? "란 눈빛을 보낸다.
예술은 알아서 하시고 난 제품을 팔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구요]
package [의상] : 하아.. 할 말은 많은데..
4명의 개성이 다 다른 것을 우리가 다 아는데 굳이 백댄서와 다 한 나물로 무쳐버린 것일까.
시간이 없어서 의상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저번 방송에 나왔던 대로 서로 자기의 의상을 돌려 입어서 나와버린 것이 더 개성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아이돌도 서로 다른 옷을 입으면서 개성을 주는데, 의상 통일은 정말 걸그룹이 런칭할 때 멤버의 개성은 안보여주고 전체적인 컨셉만을 전달할 때 쓰는 방법이 아닌가.
계란, 양상추, 토마토, 베이컨이 보이는 상태에서 소스를 살짝 뿌려 버무린 샐러드처럼 말이다.
이렇게 다 때려 박아 놓고 고춧가루 넣어 팔팔 끓여 결국 빨간색 컨셉만 보이는 잡탕찌개가 되면 안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