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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영 코치 Nov 26. 2020

실력이 좋아 이직을 잘했다는 대단한 착각

인간관계가 힘들어 도망간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

이직을 자주 했다.  대기업, 영국계 중소기업, 외국인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마케팅이란 업무로 일했었다.

모름지기 마케터는  여기저기 널뛰듯 여러 가지 제품과 환경을 접해야 실력이 는다 하지 않았는가.

나는 내가 일을 잘해서 이직을 잘하며 다닌 줄 착각했다.  

그 전 회사에서 툴툴거리며 꾸역꾸역 다니는 직장 동료 대비 나는 다른 회사에 이직해서  연봉과 경력, 경험을 높이며 일하고 있지 않는가?


역시 나는 잘 나가는 마케터야.

이직을 하고 나면 드는 생각이었다.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폭풍 속에서 서핑을 타듯 나를 이직 시장에 던져보았으니.

이직을 하지 못하는, 하지 않는 사람들을 스스로 루저라 생각하기도 했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나도 이직을 하고 싶어. 란 말에 얼른 하라며 부추긴 적은 많았던 듯하다.


코치가 되어 이직과 직장 내 인간관계를 코칭하며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런 거다.


"제가 지금처럼 성격이 좋지 않았거든요. 참 모나게 회사 안에서 인간관계를 맺어왔어요."


 첫 번째 회사에서는  어리바리한 신입으로  부장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다 맞춰 주다가 병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몸과 마음이 다쳐서 회복 불능이 될 때까지 몸 바쳐 일을 했어야 했냐는 생각이 당연하게 들지만, 그때만 해도 "철 모르는 신입"에게 팀장의 이야기는 신의 이야기와 같았다.  일 조금 시켰는데 픽픽 쓰러지는 나의 나약함이 죄인 것이지 새벽 5시 퇴근시키는 팀장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회사는 극심한 인간관계 스트레스였다.  대학 때부터 남자들이 많은 전공을 했고, (180명 중 여자가 10명이었다. 20년 전 경제학과는 그랬다. ) 성격도 남자 쪽에 가까웠던 나는, 여자들이 80%인 조직,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에서의 조직 경험은 쇼크에 가까웠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할 수가 있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큰 조직에 있던 티를 많이 냈으리라.  "전의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할 수가 있지?" 나도 모르게 내 진심이 툭툭 튀어나왔을 것이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을 다닌 적 없던 회사 조직원은 불편했으리라. 아... 나와보니  이제 보인다.


세 번째 회사의 직장생활도 험난하다.

특히 신입으로 뽑혀 그 한 회사만 쭉 다니는 보수적인 조직 안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듯 "처음"으로 외부 인사가 영입되었는데 그 사람이 마침 그 회사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남편과 아이가 없는 30대 여성"인 경우에는  더더욱.  회사 내 모든 (여자) 직원은 신입사원 때부터 봐서 과장이 되고 "누구야~"로 불리던 조직 분위기에서  떡하니 들어온 나는 "어찌할 바 모르겠는 깐깐한 외부인"이었다. 이미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처음부터 친절하면 잡아먹힌다는 생각을 가졌던 나는  내가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다.

사실,  회사 초기에 있었던 몇 번의 불쾌++한 경험도 나의 벽을 치게 만드는 조건이기도 했다.

다행히 외국인 회사라서  외국 상사와 매우 잘 지냈고, 영어가 서툰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는 내가 더 불편했으리라.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이직의 이유는 회사에 있었다.  다 회사의 잘못이지.

 회사에서 나에게 일을 너무나 많이 시켜서 일하다 쓰러졌어요.
조직이 나와 맞지 않았어요. 부장이 너무 실력이 없었어요.
회사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어요.  회식이 너무 많았어요.


회사를 다니고, 이직을 준비하며 항상 들었던 생각이

"왜 나처럼 일하지 않지?" "잰 왜 저래?"  " 아 그냥 혼자 일하고 싶어" "다들 바보 같아" "왜 나만 괴롭혀"





코칭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너는 너, 나는 나.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다르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다니며 같이 일하는 사람을 고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나를 죽이며 회사를 다닐 수 없으니
그들과 잘 지내며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본성"으로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코치가 되어 보니 세상에서 인간관계"만큼 배우고 난 후 큰 변화가 있는 영역도 없다.


내가 만약 첫 회사에서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 대하여  "잘 반항하고  잘 이야기했다면 "쓰러지지 않았겠지.

두 번째 회사에서  감성 폭발하는 부장 앞에서 그렇게 팩폭을 하며 마음을 찢어지게 하지 않았다면 나의 회사 생활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관리가 안되는 대리가 들어와 자신의 밑천이 들어날까 불안 불안했던 부장님의 마음에 인정하며 지지해 주었다면 그 부장은 나를 갈구지 않았을까.


그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고 저렇게 이야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고 저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코치가 된 후 그때 그 시절을 많이 복기하며 연습하곤 한다.



지금 내 냉장고에는 커피와 우유, 오렌지 주스, 물이 들어 있다.

누군가 놀러 왔는데, 나는 그분에게 잘해주고 싶어 내가 정말 아끼는 콜드부르 커피를 주었다. 그런데 그분이  입만 대고는 마시지 않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건데 그걸 마시는 시늉만 해?'

그 사람이 짜증이 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그에게 커피 대신 물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너무 무뚝뚝해서 그 위에 (사교형인)  상사는 정말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관심을 표한다.

"주말에는 뭐 했어요? 여자 친구는 있어요? 어떤 음식 좋아해요?"


듣는 (분석적인) 신입사원은 

"아 이 회사는 개인 사생활 캐는 조직이구나. 진짜 나가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알고, 상대방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면

그 이후 내가 주고 싶은 커피(사적인 관심을 통해 친해지기)를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바꿀 수 있다.


모르면 정말 하나도 못하겠지만, 그 법칙을 알고 나면  의외로 쉽게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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