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짜증 내는 당신의 본마음을 알아버렸어.
학교를 마치고 세상에서 내가 마케팅을 가장 잘할 거란 어이없는 착각과 뽕으로 회사에 들어간 그 자신감은 하루 만에 날아간 채 1분 1초를 허덕이며 살고 있었다. 분명 난 학교에서 잠을 줄이며 공부를 했는데,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99%의 일들과 분명 배우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1%의 업무 속에서 "울면 안 돼. 넌 캔디도 아니고 오늘은 크리스마스도 아니야"란 말을 스스로 하면서 가까스로 신입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브랜드 메니져의 일을 하고 있었고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브랜드 매니저 체제는 한 제품의 컨트롤 타워 같은 곳이었다. 즉,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회사 내부 용어는커녕 아래층 화장실 위치도 모르던 신입에게 10년 차, 20년 차 유관부서 사람들이 "이거 어떻게 하냐?"며 의사 결정을 요구하고 "담당자가 이거 하나도 모르냐"며 짜증 섞인 혼이 나느라 하루에도 내 영혼은 12,065번씩 들어왔다 나갔다 정신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전화 와서 무엇인가를 물어볼 때 1초라도 생각을 하거나 서류를 뒤적이면 왜 빨리 결정 안 해주냐, 난 지금 어떻게 하라고 대답 안 해주냐며 짜증을 내곤 해서 얼어붙은 신입의 마음을 내동댕이 치기 일쑤였다. 당연히 실수도 잦았다. 내가 실수로 무엇을 빠트려 다시 정정하려고 전화를 걸면 그 유관부서 사람들은 나에게 대놓고 화를 내곤 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거지? 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다른 부서 사람들의 전화가 왔다. 연달아 옆에서 퍽퍽 맞아대니 정신이 또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때 사수가 해준 한 마디로 신입의 1년을 버텼다.
“짜증 내는 애들은 왜 그런지 알아? 지도 뭔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네가 들어온 지 몇 달 안 되는 신입 이런 거 뻔히 아는데 뭘 그렇게 널 못 잡아먹어 안달이겠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신입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신이 예측하고 그냥 해. 근데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는 것은 자기도 현재의 그 일이 버겁고 잘 모르겠고 힘들다는 거거든.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저쪽에서 짜증내면 속으로 '아~ 너도 나만큼 잘 몰라서 신입인 나에게 짜증 내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넘겨”
18층 건물에서 내가 가장 멍청하다고 생각하던 순간마다 저 이야기가 나를 살렸다. 사수는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짜증과 화를 던질 때마다 "너도 나만큼 힘들구나"를 되네이며 그 짜증을 내 마음에서 스스로 '반사' 시켰다.
"그래 짜증이 나는 건 너의 마음이고, 그걸 받아들여 내 마음과 곤죽을 만들지 않고 반사시키는 것은 나의 마음이다.
너를 못난이로 생각하는 것을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는 내 마음을 지켜야겠어."
코치가 된 지금도 이 생각은 유효하다. 고객이 “이력서 쓰기 귀찮아요.” “이거 하려니 짜증이 나요.”
“왜 나만 이걸 해야 하나요?” 할 때 물어본다.
“그 짜증 뒤에 혹시 내가 못하는 것, 어려운 것, 힘든 것의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요.”
때론 내가 하기 힘든 일을 어렵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귀찮다고 스스로 말하거나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 상대방이 어리거나 만만할 경우 상대방은 그 감정을 오롯이 받아 자신의 마음을 곤죽이 되게 엉망으로 쳐댈 수 도 있다.
남에게 짜증을 내기 전에 "혹시 내가 이걸 할 에너지와 능력이 없어서 짜증 내는 것은 아닐까?"라며 내 마음을 먼저 살펴보기를.
또한 남이 나에게 내는 화는 내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방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쿨한 멘탈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