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 위기가 아닌 기회
[취재/글: 이준동]
서울교육대학교(총장 임채성·사진)는 1946년 경기공립사범학교로 설립되어 서울사범학교를 거쳐 현재의 서울교육대학교에 이르기까지 77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대학교다. 동교는 개교이래 학사 3만여 명, 대학원 석사 7,400여 명, 박사 60여 명 등의 우수한 교육인을 배출했고, 이들은 각자의 맡은 바 분야에서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동교는 21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교원양성대학역량진단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A급 대학’으로서 자리매김, 이어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시하는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에서는 22년 전국 대학 교수 1인당 논문게재실적 1위를 달성해 ‘연구기반 교육’이라는 고수준 교육을 달성하는 대학으로 거듭났다.
임채성 총장은
‘공감과 내실로 미래를’이라는 기치로 2019년 11월부터 서울교육대학교 제17대 총장을 맡고 있는 임채성 총장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서 농작물을 정성 들여 키우고 수확하시면서 큰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좋은 일이다’라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농작물을 키우기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해 생물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1994년 교육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이어 2005년에는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며 지금까지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해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으로 학생들을 교육했고 대학의 ‘3주체’인 교수·직원·학생 모두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 총장으로서는 노후 건물의 증·개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학생회관과 기숙사 등 학생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증·개축해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생과 구성원의 ‘개별적 우수성’이 ‘학교 전체의 탁월성’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의 교훈인 ‘내 힘으로, 한 마음으로’처럼 개개인이 우수한 학생에서 머물지 않고, 이 우수한 학생들이 ‘하나’되어 최고의 대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문화 현실
임채성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권 침해’에 대해 그 근원은 우리나라의 ‘교육문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학부모의 ‘자녀 과잉보호 교육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학창 시절 선생님께 혼이 나 집에 오면 ‘선생님 말씀 안 듣고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한다’며 부모님께 다시 한번 더 혼났던 시절을 회상하며 “요즘은 학생이 학교에서 꾸중 듣고 집에 오면 곧바로 학부모의 항의로 이어진다”고 교육문화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임 총장은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세 가지 큰 아이러니가 있다고 얘기한다. 첫째, 일부 학생들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대다수 학생에 대한 교육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 둘째, 자기 아이만을 두둔하는 교육 수혜 노력이 결국 자기 아이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는 교육 수혜를 감소시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는 것, 마지막으로 셋째, 자기 자녀의 교육을 중시한다고 행한 것이 전체적으로 교육을 경시하는 풍조를 야기하는 것, 이렇게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서울교육대학교에서는 학생 상담이나 생활지도법에 관한 강의를 강화하는 것 외에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학교를 믿고 자녀교육을 맡기는 ‘교육문화’라며,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학생지도법’과 같이 당분간 제도적인 뒷받침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전 세계에 정평이 나 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열심히 공부하는 ‘교육열’보다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습열’을 높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학생수 감소, 위기가 아닌 기회
이어 줄어드는 학생수에 맞춰 초등학교 교직원 선발인원을 감축하는 정책은 매우 표피적이고 근시안적인 잘못된 접근이라 꼬집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육적으로는 새로운 기회라 강조하며 “이 기회를 살려 대한민국의 오래된 교육 패러다임을 새로이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의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기존의 ‘다수표층교육’ 방식에서 ‘소수심층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한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깊이 있게 가르칠 수 없는 ‘다수 저밀도 교육’에서, 소수이지만 개별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가르칠 수 있는 ‘소수 고밀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인구감소, 국가 존립의 문제
물론 인구감소와 더불어 학생의 부족은 미래를 생각하면 가장 암담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인구감소로 인한 학생 부족으로 재정난 등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교육’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존립’의 문제이기도 하다. 임 총장은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존을 위해 대도시에 모인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싸우다 보니 정작 자녀를 가질 경제적 여유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나라 전체에 골고루 퍼져 살 수 있을 때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 도시를 이탈한다고 경쟁에서 패한 ‘도태’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땅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면 자연스럽게 자녀를 맘 편히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과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임 총장은 제안한다. 이를 토대로 지방의 학교와 교육기관 역시 ‘동반성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서울교육대학교는 ‘초등학교 교사’ 양성이라는 협소한 목표에서 성장해, 이제는 교육과 관련된 행정·사업·출판·언론·법률 분야 등 다방면의 ‘교육전문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전문대학교로 확장하는 동시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교편을 잡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들의 해외 진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적의 교육인으로써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글로벌 교육전문가 양성’으로 확장·발전시키고자 하는 임 총장의 포부이자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임 총장은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에 이어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며, 앞으로 ‘서울교대가 교육을 바꾼다’를 목표로 동교가 진정으로 교육의 진화를 견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서울교육대학교의 미래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