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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을 멈추는 순간, 삶이 현재로 깨어난다

‘그랬더라면’에서 ‘지금 해보겠다’로

by 김용진

가정법, 이제 그만 쓸 때이다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돌아봄’이 아니라 ‘붙잡힘’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과거에 시간을 투자한다기보다, 빼앗기고 있다.


가정법은 인생을 되돌리는 기술이 아니다.
가능성을 상상하는 언어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가정법을 ‘후회법’으로 사용한다.
이제 그 습관을 다시 점검할 때이다.


I. 후회는 인간적이지만, 끝없이 따라가면 독이 된다


살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올 때가 있다.

“그때 그냥 한 번 더 도전했어야 했는데.”
“그 말만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조금만 더 용기냈더라면 지금쯤은 달랐겠지.”

이런 말은 자연스럽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배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이 생각이 자꾸 반복될 때이다.


후회는 원래 ‘학습’이 목적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굴레’가 된다.

과거는 메모리이고 참고자료이지
현재를 지배할 권한은 없다.


II. 왜 마음은 계속 뒤를 향하는가


뇌는 손실에 민감하다.
실제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두 배 이상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지나간 선택이 늘 더 중요해 보인다.


게다가 비교가 일상이 된 시대이다.
SNS만 펼쳐도 누군가는 성공했고, 누군가는 행복하며,
누군가는 이미 먼 길을 간 것처럼 보인다.

그런 화면 속 인물들을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그때 저거 시작했으면 저렇게 됐을 텐데.”
“왜 나는 그 기회를 못 잡았을까.”

하지만 그 비교는 공정하지 않다.

남의 ‘편집된 성공 장면’과
내 ‘가장 불안했던 순간’을 비교하는 셈이다.


그 순간 가정법은 힘을 갖는다.
그리고 현재의 의지를 약화시킨다.


III. 가정법은 어떻게 현재를 잠식하는가


가정법의 가장 위험한 점은
‘지금’을 약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바꿀 수 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다 보면
바꿀 수 있는 ‘현재’가 빈약해진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때만 잘했어도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야.”
이 말은 사실, 이렇게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이미 늦었어.”

이것은 무력감이다.
후회의 감정이, 현재의 행동력을 갉아먹는 순간이다.


결국 남는 것은
‘후회는 했지만 변화는 없는 삶’이다.

미래는 과거를 반영하지 않는다.
현재를 반영할 뿐이다.


IV. 후회를 ‘인생 데이터’로 바꿔 쓰기

과거는 수정하는 대상이 아니라 참고하는 파일이다.
개발자가 예전 코드 붙잡고 울기만 하진 않는다.
새 버전을 만든다.


우리가 할 일도 비슷하다.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 “그때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

“그때 그렇게 했다면” → “이제는 다르게 해보겠다”


감정이 아닌 사실을 다시 보기
“그때 나는 멍청했어”가 아니라
“그때는 경험과 정보가 부족했었다”라고 말하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교 기준을 바꾸기
“저 사람처럼 될 걸”에서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가”로


이 작은 문장 변화가 사고방식의 운영체제를 바꾼다.


V. 인생은 저장·로드 없는 진행형이다


현실은 리셋이 없다.
우리는 로그라이크 게임(되돌리기 없는 진행형 경험 게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죽으면 경험만 남고, 그걸로 다음 스테이지를 간다.


과거를 묻는 질문을
미래를 여는 질문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그랬다면 어땠을까” 대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예를 들어, 어느 날 이런 말을 듣는다면
“너 진짜 그때 그 기회 놓친 거 아쉽지 않아?”
이렇게 답하는 것이다.
“아쉽지. 그런데 지금 기회를 만들고 있어.”


그 순간, 가정법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향한 의도로 바뀐다.


결론: 가정법은 문법에 두고, 삶은 현재형으로 쓴다


가정법은 문장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
삶에서는 현재형이 더 잘 어울린다.

과거는 기록이다.
현재는 선택이다.
미래는 선택의 누적이다.

오늘 내가 한 선택이
내일의 문장을 바꾼다.


“그랬더라면…”이라는 문장이
“그렇게 해냈다”로 바뀌는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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