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펙보다 ‘나의 일’을 말하라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있다.
바로 ‘공정채용법’, 정식 명칭으로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단순히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 법이 아니라, 채용 전 과정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구직자가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직무 중심의 평가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력서에 키와 체중, 부모 직업을 적는 일이 흔했다.
겉보기엔 단순한 신상정보 같지만, 이런 요소들이 채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었다.
공정채용법 제4조의3은 이러한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집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면접에서 “결혼 계획이 있나요?”,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법 위반에 해당한다.
한 구직자는 “면접 중에 외모가 깔끔하다는 평가 대신, ‘우린 외모보다 역량을 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 법의 취지는 바로 이런 장면 속에 담겨 있다.
즉, 사람의 배경이 아니라 ‘직무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받는 문화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지원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제출한 서류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불합격자 서류를 보관하거나 폐기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채용법 제10조는 구직자가 원하면 채용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특히 종이 서류로 제출한 경우 기업은 반드시 본인 확인 후 반환해야 하며, 요청이 없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기해야 한다.
전자적 형태(이메일, 홈페이지 제출 등)라면 반환 의무가 면제되지만, 그 또한 일정 기간 이후엔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한 인사담당자는 “요즘은 불합격자 서류를 보관하는 게 더 위험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책임이 커졌거든요”라고 말했다.
즉, 서류 반환 제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라는 본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당당히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 셈이다.
채용 과정에서 가끔 “건강검진비는 본인 부담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채용절차법 제9조는 구직자에게 채용심사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즉, 면접비나 검진비 등은 원칙적으로 기업이 내야 하는 비용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채용비용은 원래 내가 내야 하는 줄 알았다가, 법 위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처럼 구직자 스스로도 ‘이건 합당한 요구인가?’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비용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그건 법의 취지를 어기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은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96%가 30인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청년들이 실제로 취업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법의 보호망 밖에 놓여 있다.
실제로 한 지원자는 “면접에서 부모님 직업을 적으라 했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서는 여전히 불공정 관행이 반복된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 범위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구직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규제 형평성’이 확보될 것이다.
즉, 공정채용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노동 시장 전체의 기본 질서’로 자리 잡는 방향이다.
최근 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새로운 문제도 생겼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다 보니, 그 안에 들어 있던 편향(예: 성별, 나이, 학교 등)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결국 ‘편견이 내장된 알고리즘’이 사람을 평가하는 셈이다.
한 여성 구직자는 “AI 면접에서 감정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불합격했다”며 낙심했다.
그 결과가 정말 ‘직무 역량’과 관련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한국고용정보원은 ‘AI 채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 핵심은 구직자의 ‘동의권’과 ‘설명 요구권’이다.
AI가 면접을 진행할 때, 지원자는 사전에 동의할 권리가 있으며,
또한 어떤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AI가 채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기술의 진보는 오히려 불신을 낳는다.
그래서 앞으로의 공정채용은 ‘절차의 공정성’을 넘어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정채용법은 단순히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지원자의 배경을 묻지 않고, 직무 역량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다.
즉, ‘사람을 제대로 보는 법’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된다.
공정한 절차를 갖춘 회사는 구직자에게 신뢰를 주고, 좋은 인재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한 인사담당자의 말처럼 “공정채용은 법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회사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첫째,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받았다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
출신지, 외모, 가족의 직업이나 재산은 모두 법적으로 금지된 질문이다.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중하게 “직무와 관련된 부분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서류 반환과 파기 의무를 기억하자.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원한다면 서류 반환을 요청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전자문서라면 일정 기간 후 반드시 삭제해야 하며, 이 또한 법적 의무다.
셋째, 채용 과정에서 어떠한 비용도 스스로 부담하지 말자.
검진비나 평가비 등은 모두 기업이 부담해야 할 항목이다.
이런 요구가 들어왔다면 “해당 비용이 구직자 부담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어도 충분히 정당하다.
공정채용은 정부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구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불합리한 상황에 침묵하지 않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할 뿐, 진짜 변화는 사람들이 그 기준을 지킬 때 일어난다.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 명의 구직자가 당당히 자신의 역량으로 평가받는 사회,
그 사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공정채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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