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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공정성, 그리고 새로운 성장의 언어

"왜 우리 회사는 다시 상대평가를 도입할까?"

by 김용진



공공기관, 왜 다시 ‘상대평가’를 선택했을까


한때 공공기관의 인사평가는 절대평가의 세상이었다.
정해진 기준만 채우면 누구나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고,
모두가 잘하고 있다는 분위기 속에 불만은 적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가 우수하면, 결국 아무도 우수하지 않다.
이 단순한 진리가, 공공기관의 인사제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Ⅰ. ‘열심히 일했는데도 억울하다’는 말의 배경


절대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과의 차별화 부재였다.
열심히 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평가를 받으니
“열심히 일할 이유”가 사라졌다.


공공기관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그 원칙이 오히려 ‘평가의 변별력’을 없애버린 것이다.
모두가 평균 이상을 받는 조직,
모두가 비슷한 급여를 받는 구조는 결국 정체된 조직을 만든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기준도 바뀌었다.
이제는 기관의 성과뿐 아니라, 내부의 성과 차별화 시스템이 평가 대상이 되었다.
“성과 중심 경영을 하고 있느냐?”
이 질문 앞에 공공기관은 답을 내야 했다.


그 답이 바로 상대평가의 부활이었다.


Ⅱ. 불공정이 아니라 ‘진짜 공정’으로


상대평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경쟁, 서열, 비교.
하지만 요즘 공공기관이 말하는 상대평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제 상대평가는 공정성을 회복하는 장치로 여겨진다.

예전에는 절대평가가 ‘형평성’을 상징했지만,
지금 세대에게 형평성이란 노력과 결과가 일치하는 구조를 뜻한다.


특히 MZ세대 구성원들은
“모두가 우수라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진짜 공정이란,
누가 더 잘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상대평가는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니라 균형 잡힌 비교로 진화했다.

성과의 질, 조직에 준 영향력, 협업 기여도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반영하는 ‘정교한 공정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Ⅲ. 제도의 배경에는 ‘현실’이 있다


공공기관이 다시 상대평가를 꺼내 든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째, 인건비는 늘 제한적이다.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보상할 수 없는 시대에
‘누구에게 얼마를 더 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기준이 바로 평가다.


둘째, 경영평가 체계가 정교해졌다.
기관 단위의 평가를 넘어,
내부의 성과관리 시스템이 외부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었다.
즉, 내부 평가의 공정성과 차별성이
이제는 기관의 국가경영평가 점수로 이어진다.


셋째, HR의 디지털 전환이 현실이 되었다.
성과 데이터, 보정계수, 다면평가 결과 등이
모두 수치로 기록되고 분석된다.
비교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이뤄지는 시대.
이제 상대평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된 것이다.


Ⅳ. 평가의 목적, ‘구분’에서 ‘성장’으로


상대평가가 예전의 ‘순위 싸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 평가의 목적은 단순히 누가 1등인지 정하는 게 아니라,
누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가를 찾는 데 있다.


공공기관들은 평가를
승진의 기준이 아니라 성장 데이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 평가 결과는 교육과 경력개발로 이어지고

- 조정점수는 환경의 불균형을 완화하며

- 피드백 면담은 단순한 통보가 아니라 코칭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즉, 평가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는 구조다.


성과를 가르는 제도가 아니라
성장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Ⅴ. 팀장이 바뀌면 평가문화가 바뀐다


상대평가의 성공은 제도보다 평가자에게 달려 있다.
팀장이 편향을 제어하지 못하면 공정성은 무너지고,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면 납득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 기관들은 ‘평가자 역량 강화 교육’을 필수로 운영한다.


근거 중심 평가

편향 통제

피드백 스킬


이 세 가지가 팀장의 새로운 리더십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기관의 상대평가는 결국
“리더가 얼마나 공정하게 구성원을 바라볼 수 있는가”의 시험이다.


즉, 시스템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Ⅵ. 공정한 경쟁이 조직을 살린다


상대평가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조직을 정체에서 움직임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공공기관의 변화는 민간보다 느리지만,
그 변화가 시작되면 오래간다.

지금의 상대평가 도입 움직임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공정성의 재정의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되,
결과는 노력과 성과로 구분되는 구조.
그 안에서 진짜 공정은 만들어진다.


결국, 상대평가는 ‘누가 이기느냐’의 제도가 아니다.
‘누가 성장하느냐’를 구분하는 새로운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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