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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Aug 14. 2017

'일 하는 척'의 부작용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이 혼자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주변 사람을 위협했다.

이 욕이 꽤 긴 시간 이어졌기에 어떤 사람이 역무원에게 신고를 한 듯 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막내처럼 보이는 한 젊고 마른 사람이 어슬렁 어슬렁 걸어왔다.


그리고는 신고한 분으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그 남성이 어디있는지를 물어보는데, 때마침 지하철이 도착하여 그 여성분 그리고 소란을 피우던 남성도 같이 지하철에 탔다.



그런데 여기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 역무원은 자신은 지하철에 이미 탄 사람 일은 관여할 수 없다며 그냥 밖에서 보기만 하는 것이다. 밖에서 보던 역무원의 표정은 '차라리 다행이다'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 어쩌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소란을 피우던 남성은 건장한 체격이었고, 혼자 내려온 역무원보다 몸무게가 30Kg는 더 나갈 것 같았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압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분명 그 역무원은 아무것도 못한 채 혼자 '욕'을 뒤집어쓰고 위협에 노출되다가 결국 경찰이 오거나 그 남성이 스스로 지하철에 탈 때까지 그냥 그 상황에 놓여져 있었을 것이다.


역무실에서 어떤 상황이었을지도 쉽게 상상이 간다.

상사는 그냥 이런 사건을 귀찮게 생각했거나, 어차피 막내가 자기 가족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혼자 보냈을 것이다.

문제는 막내가 전혀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스스로 알고 있는 막내는 끝까지 소극적이었고, 시민들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난 막내와 일을 시킨 윗 사람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패를 부리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멈추려면 최소 비슷한 체격의 남성 2명은 같이 보내야 한다. 제압 보다는 설득이 최선이지만, 타이르는 것도 제압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막내 역시 같이 가자고 제안하던지 동료를 찾던지 했어야 했다. (물론 제안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을 수는 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보내는 것은 안보내는 것만 못하다. 만만한 사람이 와서 말리려고 하면 괜히 화만 돋구고, 만약 역무원이 아무것도 못한채 이 남성이 집에 들어간다면 이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적으로 악순환만 낳는다.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회사에서도 많이 본다.

어차피 안될 것 알면서 일을 시키는 상사와, 어차피 안될 것 알고 일을 해서 올리는 직원.


상사는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일을 주었거나, 아니면 아예 신경을 안쓴 것이다.

직원은 스스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싫어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그냥 일을 하는 척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사는 직원을 더 무시하게 되고, 직원은 상사를 속여서 넘길 트릭만 자꾸 쌓게 된다.

결국 손해보는 것은 운명을 같이 한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먼저 상사에게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직원의 역량을 냉정하게 비교한 후 일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상사는 직원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다. 과소평가도 문제지만 과대평가도 문제다.

이럴 때 직원은 솔직하게 '지원 요청'을 해야한다. 다만 '내가 일이 너무 바쁘니 손이 더 필요하다' 보다는 '내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이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라는 요청이 훨씬 건설적이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그것은 '특정 스킬'에 대한 교육 요청이 될 수도 있고, '특정 소프트웨어' 지원 등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직원도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감한다면, '일 하는 척' 보다는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물론 지원 요청은 거절 당할 수 있다.

그래도 지원 요청은 일 하는 척보다 개인에게 훨씬 낫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회사에서 소수의 직원에게만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과거에 지속적으로 해왔던 지원요청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요청했는데 계속 거절 당한다면, 차라리 더 빠른 시기에 이직이나 부서 이동에 대한 결정을 내려 시간을 아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 하는 척'은 최악의 결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부분은 거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록 만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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