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포스트를 읽기 전에 케이스 스터디 - 월마트는 생존할 수 있을까?, Part1: 월마트의 현재를 먼저 읽으시면 도움이 됩니다 :) ]
앞의 포스트에서 소개된 월마트 사례처럼 특정 의사결정에 대해서 고민할 때, 비슷한 과거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 때 월마트와 동종 산업군에 있는 기업 사례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때로는 해당 회사가 마주한 본질적인 문제와 비슷한 사례를 찾는 것이 더 흥미진진할 때도 있다.
DVD 렌탈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한 넷플릭스(Netflix)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라진 블록버스터(Blockbuster) 사례는 혁신에 관련된 경영 아티클들의 단골 손님이다.
<Blockbuster라는 골리앗을 이긴 다윗으로 비유되는 Netflix>
보통 이 사례가 이용될 때 넷플릭스는 고객의 불편을 읽고 IT 기술을 활용하여 성공한 스마트한 승자로, 블록버스터는 이러한 넷플릭스를 작은 회사라고 무시하다가 종말을 맞은 무식한 공룡으로 묘사된다.
나는 이렇게 패자의 무능력을 묘사한 글을 볼 때마다 의구심을 갖는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대기업이 정말 저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당했을까?
대부분의 경우 조사해보면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책, 기사, 경영 잡지들이 자신의 논리를 지원해 줄 승자를 돋보이게 만드는 과정에서 패자를 터무니 없는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블록버스터도 그런 사례이다.
넷플릭스가 대단한 기업인 것은 확실하지만, 블록버스터도 구경만 한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다. 그럼 블록버스터는 어떤 시도를 했고, 왜 이런 시도들은 실패 하였을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사례를 참고하여 보았을 때, 블록버스터가 겪은 실패를 월마트가 겪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될까?
블록버스터는 어떤 기업인가?
블록버스터는 데이비드 쿡에 의해 1985년 창업되었다. 쿡은 소규모로 흩어져있는 비디오 렌탈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재고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비디오 타이틀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IPO 지연으로 자금 유동성 문제에 봉착한 쿡이 투자자 그룹에게 회사를 넘겨준 뒤 부터 블록버스터는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였다. 블록버스터는 경쟁사 체인을 인수하고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체인을 내기 시작하였으며, 대부분의 매장은 365일 내내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였다.
무서운 속도로 넓힌 매장을 통해 블록버스터는 거주 지역 가까운 거리에서 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며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 가정들의 든든한 친구 역할을 하였다.
<Blockbuster 오프라인 매장의 모습>
경쟁은 어떻게 변화하였나?
2000년대에 들어오며 블록버스터는 본격적으로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경쟁상대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비디오의 주 매체가 테이프에서 DVD로 바뀌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DVD는 비디오 테이프 대비 훨씬 가볍고, 파손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우편으로 영화를 배달하는 넷플릭스의 비지니스 모델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위협하는 요소는 크게 '가격'과 '다양성' 두가지였다.
매장 없이 물류센터를 통해 우편으로 DVD를 배달하는 넷플릭스는 이렇게 낮은 고정비를 가격 경쟁력에 활용하여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DVD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또한 넷플렉스 고객들은 대여한 DVD를 늦게 반납해도 다음 DVD를 받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뿐 연체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넷플릭스가 경제적이라는 소문은 고객들 사이에서 금세 퍼져나갔다.
매장이 아닌 물류센터에서 DVD를 받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영화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 등 일반 비디오 대여 매장에서 보기 힘든 희소성 있는 영화들을 대거 제공함으로써 상품 종류의 다양성에서도 차별화를 두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모든 점에서 유리한것은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신규 출시 영화 제공에 있어서는 블록버스터보다 느렸다. 블록 버스터는 신규 영화 DVD의 재고를 매장에 두고 연체료 압박을 통해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지만, 넷플릭스는 연체료를 묻지 않는다는 정책상 이런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데이터 기반의 영화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한편 신규 영화 DVD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경쟁자가 블록버스터를 압박했다. 맥도날드 벤처 그룹 소속의 Redbox라는 회사는 DVD 자판기를 월마트, 맥도널드, 백화점 등 사람이 붐비는 곳은 어디든 설치하여 단돈 $1에 신규 영화를 대여해 주었다. DVD 자판기는 다양성을 제공해주지는 못했지만, 늦은 시간 손쉽고 저렴하게 신규 영화를 대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의 압박으로 이후 블록버스터는 매장 수를 줄이고 있었기 때문에, Redbox는 이런 빈틈을 잘 파고 들어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
새로운 종류의 경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0년도 후반에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이용한 Video on Demand 시장이 성장하며 더 많은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했다. 케이블 회사들, 셋톱박스 회사들 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IT 회사들도 자신들의 플랫폼을 앞세워 Video on Demand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리하면 전통 영화 대여 시장에서 운영 효율성과 빠른 매장 확장으로 승기를 잡았던 블록버스터는 2000년대 들어서며 비 전통적인 경쟁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비디오에서 DVD로, 그리고 이후에는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기술의 변화가 있었다.
블록버스터는 어떻게 대응했나?
넷플리스와 블록버스터를 검색하면 많은 글들이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에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다가 몰락했다고 증언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리드해스팅(Reed Hasting)이 넷플릭스를 창업한 해는 1997년이고, 현재의 구독모델(Subscription)로 비지니스 모델을 고정시킨게 거의 2000년도인데, 초기에는 넷플릭스 외에도 비슷한 비지니스모델로 경쟁하는 작은 닷컴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만 특히 눈여겨 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승리한 후, 성장을 가속화하자 위기를 느낀 블록버스터도 2004년 온라인 비디오 대여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그럼 2004년은 얼마나 늦은 시기였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으면 뒤 늦게 대응했다는 블록버스터가 반응한 시기인 2004년은 이미 넷플릭스가 시장에서 입지를 강력하게 굳힌 시기일 것 같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조금 이상하다.
<이미지 출처: mesaeurope.org>
그래프를 보면 2004년에는 사실상 블록버스터를 포함한 매장대여(Brick and Mortar) 형태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던 시기이며,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4년 온라인 대여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은 최소 2003년부터는 준비를 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2003년 이런 결정을 했다면,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영지표 특성상 2002년까지의 숫자만 보고 결정을 내렸음을 의미하는데, 위의 그래프에서 2002년 점유율을 보면 위협을 느끼기에는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너무 낮다(물론 거시적인 지표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이런 지표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그래프를 보고도 블록버스터가 코웃음을 치다가 너무 늦게 시장에 진입했서 몰락했다고 실패이유를 단순화 시키면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어쨋든 2004년 온라인 대여 시장으로 유통채널을 확장한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처럼 소비자가 웹상에서 영화를 고르면 우편으로 DVD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마찬가지로 월 정액비만 내면 무제한으로 DVD 대여가 가능했으며, 가격은 넷플릭스보다 $2 정도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이후 넷플릭스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더 내린다).
블록버스터는 2000대 후반까지 온라인 대여 서비스와 매장 대여 서비스를 혼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들도 시도해 본다.
예를 들면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월 정액비를 내면 매장에서도 무제한으로 DVD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든가, 또는 고객이 매장에 재고가 없는 DVD를 찾으면 직원이 물류창고를 접속해서 고객의 집으로 우편 배달을 해 주는 서비스 등이었다. 블록버스터는 이러한 서비스들을 통해 고객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관계 없이 더 쉽고 편하게 DVD를 빌려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런 전략은 블록버스터가 무너지는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나중에 Redbox 등의 DVD 자판기가 또 새로운 세부시장을 만들며 무섭게 치고 들어오자, ATM제조사와 협업하여 2009년 기준 약 2,000개의 DVD자판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이러한 대응에 두 가지 전략으로 받아친다. 첫번째 전략은 '더 낮은 가격'이었으며, 두번째 전략은 '추천시스템'이었다. 치열한 경쟁이 정점에 이르던 2000대 후반 넷플릿는 무제한 대여 월정액 금액을 $9까지 내린다.
블록버스터도 여기에 대응해 가격인하를 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가격전쟁은 수 많은 매장의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블록버스터에게 불리한 게임이었다. 매장 하나 없이 물류센터와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하는 넷플릭스는 회전률이 점점 떨어지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 두 개를 모두 운영하는 블록버스터 대비 비용경쟁력이 우위에 있었다. 또한 '신규출시 영화'로 고객을 유인하던 블록버스터와 달리 넷플릭스는 추천시스템을 통해 신규 영화가 아니더라도 고객이 좋아할만한 오래된 영화의 대여를 유도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신규 출시 DVD는 배급사로부터 사오는 비용 자체가 높았기 때문에 블록버스터가 부담해야 하는 DVD 구입비용도 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점차 낮아지는 회전율과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는 블록버스터 매장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화 관람 트렌드가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점점 넘어가면서, 블록버스터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 블록버스터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우위를 갖고자 했던 블록버스터의 전략에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신규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다운받아 보고, 오래된 영화는 DVD로 무제한 대여할 수 있는 세상에서 누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겠는가?
결국 시장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던 블록버스터는 2011년부터 사실상의 부도 절차에 들어간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자, 지금까지 미국의 영화 대여 시장과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의 경쟁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알아보았다. 물론 블록버스터가 실패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단순히 떠오르는 신생기업을 무시하고 거만하게 굴어서 블록버스터가 망했다고 믿었을 때 보다는 당신의 머리도 조금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것과 달리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신규 테크놀로지도 받아들였고, 기존의 경쟁력인 오프라인 매장과 새로운 채널인 온라인 스토어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잠깐......
그런데 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의 시너지' 라는 문장이 매우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 바로 지난 블로그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아마존에 대항하는 월마트의 현재 전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블록버스터 사례를 최대한 이용하여 현재 월마트의 전략을 분석해 볼 수 있다.
당신은 현재 월마트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이 포스트에 적힌 블록버스터의 사례가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는가?
월마트는 블록버스터의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 논하기로 한다.
2016-11-26
Written by Seung-Hoon Aceit Shin
#케이스스터디 #어떻게경영을공부할것인가 #경영공부 #월마트 #아마존 #넷플릭스 #블록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