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패션 MD라는 직업
초청 게스트 - 전영승 님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케이스 스터디' 녹음과 병행하며 우리와 조금 더 가까운 실무에 대해서 들어보는 '골짜기 인터뷰', 이번에는 패션 MD 편을 준비하였다.
실무자 게스트로 초청한 전영승 님은 명지대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후, 국내 대기업의 패션 MD를 거쳐 해외 현지 업체에서 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
1. 'MD'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사실 MD는 너무 많이 사용되는 약자이기에 산업에 따라 의미가 찬차만별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MD는 Merchandiser 를 뜻하며, 일단은 패션 상품의 기획자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패션 MD의 업무 범위는 상당히 넓다.
일단 제품의 수요예측과 판매현황 관리부터 시작해서, 원단이나 완제품 구매처 선정, 제품 출입고 및 납기관리 등 다른 회사라면 여러 부서에서 나누어 할 법한 일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MD는 Product Manager와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Product Manager는 판매하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복잡한 제품이라면 제품개발 팀에 MD가 하는 업무의 일부를 넘기기도 하고, 또는 상품기획 팀이 선행 기획 과정까지는 담당을 하고, 출시된 이후부터만 제품을 맡아서 관리를 하기도 한다.
따라서 업무가 상대적으로 세분화 되어 있는 대기업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MD라는 직군이 이렇게 넓은 범위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새롭게 느껴지기는 했다.
2. 패션업계는 무엇이 다른가?
마케팅 관점에서 산업 군을 나눌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와 Durable이 있다. 자주 팔리고 신제품 주기도 빠르며 소비 역시 빠른 소비재 제품들이 주로 FMCG 카테고리로 묶이며, 반대로 제품 수명주기가 길고 트렌드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린 제품들이 Durable 카테고리로 묶인다. 그러나 패션은 FMCG로 묶기에도 다소 벅찰만큼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군이다. 그리고 여기에 '계절성(seasonality)' 까지 더해진다. 이런 이유로 일반 회사에서는 좀 처럼 보기 어려운 '트렌드 분석팀' 이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 구체화 시키기도, 그리고 수치화 시키기도 어려운 '시즌의 트렌드' 라는 것을 파악하는 일은 사실상 해당년도 비지니스의 실적을 좌우할만큼 중요해 보였다. 이러한 리스크를 상쇄시키기 위해서 트렌드를 덜 타는 제품을 함께 취급하고, 이 제품 군에서 안정성을 찾는 것이 대기업 패션 회사들의 전략으로 보였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이유, 그리고 또 한편으로 필요한 이유는 아마도 국내 대기업들들의 주력사업이 '유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통 업체로써는 이미 존재하는 매장에서 발생되는 고정비용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 상품에 리스크를 크게 걸기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런 유통업체에 제품을 제안하고 납품하는 브랜드 회사들은 자신들의 컨셉을 지키면서 최대한 시즌 트렌드에 맞추어 제품 디자인을 하는데 주력한다.
물론 지난 몇 년간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 중에서 자라, 유니클로 등은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체 공급망을 갖고 있다는 차별점을 잘 활용하여 예측 리스크를 줄이고 판매 실적에 맞추어서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부분이 다른 산업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재미있는 부분인데, 2000년대 후반까지 대부분이 산업에서 선호하던 방식은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밸류체인의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오히려 기업을 무겁게만 만들 수 있는 SPA 방식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해 성공했다는 점이 예전부터 흥미롭기는 했다.
왜 국내 SPA 기업 중 자라나 유니클로만큼의 성공을 거둔 회사는 없냐는 질문에 게스트 전영승 님은 이를 받쳐줄 수 없는 규모의 시장 장악력을 이야기 했다. 예를 들면 유니클로의 경우만 해도 충분히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내수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해외 몇몇 SPA의 성공 요인은 나중에 케이스 스터디로도 따로 다루어 보고 싶은 토픽이기도 하다.
3. 컨셉의 중요성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컨셉'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에서 컨셉은 복잡한 형태나 메커니즘을 쉽게 설명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그런데 패션 업계에서의 '컨셉'은 그것 보다 조금 더 '느낌'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멀티샵 운영을 하기 위해 먼저 '멀티샵'의 컨셉을 잡고, 그 다음에는 이 멀티샵의 컨셉에 어울리는 '제품'들만 MD들이 선별하여 진열해야 한다. 여기서 말 하는 '멀티샵'의 컨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이 컨셉과 제품의 컨셉이 일치한다는 점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제품의 수치화 된 사양이 있고, 성능을 나타내는 표준 지표가 있으며, 품질을 위한 검사 성적서 등에 익숙한 일반 제조업 출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런 '컨셉' 중심의 제품 선별은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실 소비재의 '브랜드' 컨셉과 비교하면 조금 더 유사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소비재 브랜드도 컨셉이 정의된 후 제품 기획이 들어갈 때에는 패션 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 비교가 가능한 사양들이 '함께' 논의된다.
물론 패션 업계라고 제품의 특성을 정량화 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최종 고객부터 '느낌'에 기반해 제품을 구매하다보니 유통 업체 입장에서도 굳이 '수치'에 목을 멜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성은 또 재미있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질 수 있다.
컨셉을 설정하고, 또 컨셉에 맞는 제품을 선정하는게 비지니스에 중요한데, 이 제품 선정을 하는 '품평회'가 많은 부분 디자이너 또는 MD들의 느낌에 좌우된다면, 이 경쟁력을 카피하거나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경쟁력이 '기술'에 있다면 기술을 사오거나 카피한다. 경쟁력이 '프로세스'에 있다면 프로세스를 똑같이 배워와서 적용시키면 되지만 조직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입히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적용시키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런데 '프로세스'도 아니고 직원 개개인의 느낌과 직관에 의지한다면, 이는 복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경쟁력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패션 업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고, 동시에 생각해볼 만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청취자 분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었으면 한다.
패널:
- 신작가: '어떻게 경영을 공부할 것인가?' 저자
- 게스트: 전영승(국내 대기업 패션 MD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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